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30.

in #steemzzang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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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 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인심은 하느님 마음씨하고 통한다. 후하고 박한 것은 노상 일기에 좌우되는 것이다. 아직은 논바닥에 물이 질척히 괴어 있었는데 마을을 찾아드는 방물장수, 도부꾼들은 곡식을 바꾸기가 어렵게 되었고 요기를 청하기에도 눈치를 보게 되었다.

후줄그레하게 풀발이 죽은 삼베 중의를 무릎 위까지 걷어올리고 진흙을 벌쭉벌쭉 밟으며 용두레질을 한다. 박달나무 같이 단단하고 구릿빛으로 그을린 다리에 힘줄이 쭉쭉 뻗는다.

저승에 가서도 종놈은 종노릇 할 기고 가난뱅이는 비렁땅 파가믄서 보리죽이나 묵겄지, 이녁들 살기에 눈이 돌아갈 건데 자손들 못살고 잘살고 돌볼 새가 어딨더노? 구신들도 뇌물을 좋아하는 거를 보믄, 그러니께 양반집 구석의 구신보다 영검이 없는 기라.

  • 토지 제2편 추적과 음모 5장, 풋사랑 중에서-

제45회이달의작가상공모

https://steemit.com/steemzzang/@zzan.admin/45-zz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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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jjy 님의 "토지" 독서 감상, 정말 깊이 있는 울림이 느껴집니다. 박경리 선생님의 대작이 주는 웅장함과 삶의 애환을 이렇게 생생하게 전달해주시다니! 특히 인용하신 문장들이 가슴에 와 닿네요. "인심은 하느님 마음씨하고 통한다"라는 구절은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진리 같습니다.

세 번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토지"가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는 점에 깊이 공감합니다. 저도 다시 한번 "토지"를 펼쳐 보며 @jjy 님처럼 보석 같은 문장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껴봐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스팀잇에 이런 깊이 있는 글들이 많이 공유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좋은 작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