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2.

in #steemzzang6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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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 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야밤에 울리는 청아한 방울 소리, 이곳에 그의 어미 월선네의 숨결이 있고 눈빛이 있고 힘찬 목소리가 있었다.

감긴 용이 눈까풀 위에 희미한 초롱불빛이 머문다. 콧날이 솟고 광대뼈와 미간이 솟은, 굴곡 깊은 얼굴은 죽은 얼굴 같았다.

뻐꾸기 울음에만 귀를 기울이려고 더욱더 숨을 주이며 월선이는 어둠을 쳐다본다.

  • 토지 1부 1권 13장, 무녀(巫女) 중에서-

제44회이달의작가상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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