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22.

in #steemzzang2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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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 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푸른 대추만한 참개구리 한 놈이 연 이파리 위에 의젓하게 앉아서 하늘을 보고 있다. 연잎이 뜸한 수면에서는 소금쟁이가 뱅뱅이를 돈다. 작은 꽃, 노랑 빛깔의 말꽃이 흘들린다.

화가 나고 답답했던 서희는 씩씩거리며 방금 흙을 닦아준 꽃신으로 땅을 연거푸 걷어찬다. 돌멩이가 연못으로 퐁당퐁당 뛰어든다. 연잎의 청개구리가 도망을 치고 소금쟁이는 뱅뱅이를 그만두고 몸을 움츠린다.

사랑 담장 안에 심은 석류나무가 담장 밖으로 넘어져나와 그늘이 된 곳, 그 담벽에 귀녀가 붙어 서 있었다.

  • 토지 1부 1권 19장, 사자(使者) 중에서-

제45회이달의작가상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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