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23.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 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장석걸음을 옴겨 놓는데 긴장해서 눈앞이 캄캄하고 뒤통수에 마님 준길이 박혀 있는 듯하여 길상은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고개를 떨구어 우물 속을 들여다본다. 푸른 하늘에 얼굴이 둥실 떠 있었다. 길상은 두레박을 풍덩 던진다. 얼굴이 부서져서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푸른 하늘도 쭈글쭈글 구겨졌다.
황새 한 마리가 멍청이 같이 논가에 서 있었다. 졸고 있는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움직이지 않는다. 그림 같이 외로워 보인다.
- 토지 제2편 추적과 음모 1장, 사라진 여자중에서-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