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거실 한 쪽에 우두커니 서있던 옷걸이처럼
가지가 다 잘려나가고 죽은 배나무 밑에
냉이꽃이 바람보다 먼저 흔들린다
그렇게라도 흔들리고 있어야
눈먼 나비라도 찾아올지 몰라
민들레보다 부지런히 흔들린다
땅이 몸을 풀기도 전
봄나물로 뽑혀가던 냉이가
꽃이 피면 거들떠 보지 않는다
뿌리로 흙내를 움켜쥐고
흰새벽부터 꽃으로 보이는
해고통지서를 흔들고 서있다
살아야 할 봄은 반도 더 남아 있는데
반달처럼 하얗게 지는 꽃잎들
인력시장/ 문성해
인력시장 가로수들 사이
간간이 섞인 목련 나무에는
목장갑을 낀 꽃들이 꽂혀 있다
허공에서
일자리 하나 얻기 위해
울룩불룩 울분으로 피어난 저 꽃들
사내들 주머니 깊숙한 곳에도
며칠째 똘똘 말린 채
때 전 꽃송이 한 켤레 숨겨져 있다
이른 아침부터 뭉텅이로 피어난 저 꽃들을
씽씽 그냥 지나치는 바람
쓸데없이 꽃잎의 근육만 더욱 부풀리는 봄볕은
아군인가 적군인가
아침이 다 가도록
불러주는 이 하나 없고
땅바닥만 긁다 일어서는 사내들
하늘 한 귀퉁이만 긁다 떨어지는 꽃들
떨어진 꽃잎 속에는
아직도 움켜쥔 허공의 냄새가 난다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