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소나기 그친 숲은
초록을 지나 검은 빛을 향해 가고 있다
혼자 있어도 함께인 숲에서
나무들이 빗물 털어내는 소리 왁자하다
청설모 한 마리
참나무 등에서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다
제풀에 떨어지는 산딸기에 놀라
가지를 붙들고 늘어진다
거꾸로 매달려 내려다 보는 세상은
올려다 보던 세상보다 낯설어
동그란 눈이 더 커진다
새처럼 날아보고 싶은 욕심에
우러러보던 하늘이 파랗게 씻은 얼굴로
이파리마다 금빛 상형문자를 새겨준다
겁 먹은 청설모의 눈에도
별이 뜬다
여름날 / 김사인
풀들이 시드렁거드랑 자랍니다
제 오래비 시누올케에다
시어미 당숙 조카 생질 두루 어우러져
여름 한낮 한가합니다
봉숭아 채송화 분꽃에 양아욱
산나리 고추가 핍니다
언니 아우 함께 핍니다
암탉은 고질 고질한 병아리 두엇 데리고
동네 한 바퀴 의젓합니다
나도 삐약거리는 내 새끼 하나하고 그 속에 앉아
어쩌다 비 갠 여름 한나절
시드렁거드렁 그것들 봅니다
간 듯도 해서 긴 듯도 해서 눈이 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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