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43.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 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주막 차일에 새 그림지가 지나간다. 환하던 일기가 별안간 구겨지면서 강변으로부터 회식 기류가 기어온다. 바람이 분 것 같지 않은데 나뭇잎들이 흔들리고 새들은 동쪽 숲을 향해 날아간다. 와글거리던 장바닥이 멈칫해지는 것 같다. 다시 와글대기 시작한다.
거미알 같이 흩어지던 장바닥 같이 이번에는 하늘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용트림을 하더니 찢겨지는 구름 사이에 푸른 빛이 나돌기 시작했다. 검은 기류 대신 물방울을 안은 광선이 강 쪽에서 달려온다.
붉은 놀을 받으며 마치 저승길이라도 가는 것처럼 두 사나이는 말없이 간다. 백사장이 놀에 타고 있었다. 키 큰 버드나무, 강물도 놀에 출렁이고 있었다.
- 토지 제2편 추적과 음모 11장, 황금의 무지개 중에서-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jjy 님, 정말 멋진 "토지" 감상입니다! 박경리 선생님의 문장들이 주는 깊이와 웅장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글이네요. 선생님의 표현처럼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들을 다시 발견하는 기쁨, 저도 함께 느끼고 갑니다. 특히 인용해주신 부분은 정말 압권이네요. 마치 눈 앞에 그 시대의 풍경이 펼쳐지는 듯합니다.
"토지"를 세 번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말, 정말 공감됩니다. 삶의 희로애락이 녹아있는 대작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다시 한번 "토지"를 펼쳐봐야겠습니다. zzan 문학상 공모전 소식도 감사드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보팅 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