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장날이면 모여드는 노점상들
저마다 한 가지씩 물건을 펼친다
봄나물이며 옷이나 신발
찐빵과 도너츠
가방이 주렁주렁 걸린 트럭도 있다
무르익는 봄도 대목장을 펼친다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 라일락, 민들레
앵두꽃 배꽃도 뻥튀기처럼
한 마디만 하면 터질 듯 부풀었다
가만
조팝나무도 좁쌀알갱이 같은 꽃망울이
전기줄에 앉은 새처럼 줄을 이었다
밤 시장 / 박형준
텅 빈 시장을 밝히는 불빛들 속에서
한 여자가 물건을 사들고 집으로 간다.
집에 불빛이 켜 있지 않다면
삶은 얼마나 쓸쓸할 것인가.
밤 시장,
얼마나 뜨거운 단어인가!
빈 의자들은 불빛을 받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밤은 깊어가는데 아무도 오지 않고
빈 의자들은 깜빡거리며 꿈을 꾼다.
밤 시장을 걷다보면
집에서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는
가장 쓸쓸한, 뜨거운 빈 의자들과 만난다.
텅 빈 상점 안을 혼자 밝히고 있는
백열전구 속 필라멘트처럼
집을 향해 오는 이를 위해
불꽃이고 싶다.
삭힐 수만 있다면 인생의 식탁을
풀처럼 연한
그런 불꽃으로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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