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29.

in #steemzzang8 days ago (edited)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 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물소리 새솔 재잘거리는 것 같고 속삭이는 것 같은 그 소리들을 가로지르며 소쩍새 울음이 간간이 들려온다. 나뭇잎에 찢겨진 조각난 하늘은 새파랗게 보였다.

어둠이 덮쳐씌우듯이 내려왔다. 그 어둠 속으로 희미한 아주 희미한 빛이 한 줄기, 그것은 광명이기보다 슬픔과 원한의 파아란 빛줄기였다.

계집애는 해죽이 웃었다. 아니 고달프게 웃었다.

  • 토지 제2편 추적과 음모 4장, 하늘과 숲이 중에서-

제45회이달의작가상공모

https://steemit.com/steemzzang/@zzan.admin/45-zz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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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토지에 대한 @jjy님의 깊은 감상에 저도 모르게 빠져드네요, 마치 강물에 휩쓸린 듯한 기분입니다! 박경리 선생님의 문장 하나하나가 어쩜 이리 가슴을 파고드는지... 특히 "어둠 속으로 vmlal한 아주 gmlalk한 빛"이라는 표현은 슬픔과 원한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너무나 잘 나타내는 것 같아요.

'토지를 세 번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말이 정말 와닿습니다. @jjy님 덕분에 저도 다시 한번 토지를 읽고 인생의 깊이를 더해보고 싶어졌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 문학을 다시금 발견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달의 작가상 공모에도 꼭 참여하셔서 @jjy님의 빛나는 문장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세요!

제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감히 박경리선생님의 역작 토지의 문장을 옮기면서
이런 무례를 범했습니다.

"어둠 속으로 vmlal한 아주 gmlalk한 빛"에 나오는 영문표기는
'희미한 아주 희미한' 이었습니다.
오류를 지적하시면서도 배려 깊으신 말씀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좀 더 신중하게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