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다

in #steemzzangyester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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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다>

---정 끝 별---

이급 시각장애 아버지 이은협(48)씨가
일급 정신지체장애 아들 이기독(20)군의 허리를
끈으로 동여매고 걷는다
넘어질 때면 무거운 머리부터
넘어지곤하는 아들을
너펄너펄 걷게 하는 건
등뒤에서 아버지가 붙잡고 걷는 끈이다

새벽 우유배달하는 아버지는 새벽이라서 어둡고
지하방에 누워있는 아들을 씻기고 먹이는 아버지는
지하라서 어둡지만

담벼락 밑 낮은 패랭이는 알고 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버지와 아들이 끈이 묶여 걷는 까닭
아들이 툭툭 패랭이 꽃을 더욱 멍들게 하는 까닭
아버지 신발 뒤축이 담벼락 쪽으로 닳아가는 까닭
걷는 게 온통 업이고
걷는 게 기독이라는 걸
뱃속을 나와서도 끊지 못하는
질긴 탯줄이라는 걸

업이 기독을 앞세우고 걷는다
넘어진 꽃이 눈먼 뿌리를 뒤세우고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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