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독서중] 삼류 인생들의 슬픈 사랑 ‘마담뺑덕(백가흠)’

in #postingcuration2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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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흠 작가의 수필 '왜 글은 쓴다고 해가지고'를
읽었으니 그의 작품을 읽어볼 차례다.
해마다 신예 작가들이 수십 명씩이나 등단하고
예술성 넘치는 작품이 수 백 권이나 출판되는
세상에서 모두 읽기에 나의 눈은 침침하고
이렇게 연결시키는 게 방법이다.
작가 나이가 오십 줄에 들어서 중견이지만.

소설은 모티브는 아비 눈을 뜨게 하려고
쌀 삼백 석에 몸을 던진 심청전이다.
효도로 포장하기엔 지금 시대에 가당치 않은
얘기고 어떻게 사람들이 자기 몸을 팔기에
이르렀는지,
알고 보면 참 씁쓸한 이야기다.

문학과 교수 학규는 성 문제로 대학에서 쫒겨났다.
그는 젊은 여자만 보면 성욕을 느끼는 남자다.
사건이 잠잠해질 때까지 지방에 내려가 있으라고
친구가 알선한 문화센터 강사로 S읍에 도착한 학규.

세상에서 밀려나 비통해 하는 그를 팽마담이
받아준다.
다방에서 커피 뿐만 아니라 몸도 파는 마담에게는 남매와 중병에 걸린 남편이 있다.
사채까지 끌어다 써야 하는 그녀도 하루 하루가 힘겹다.

자신의 잘못이 무언지 모르는 학규는 팽마담과
정분을 쌓다가 이내 그녀의 딸 덕이도 넘본다.
이제 스무살인 덕이는 도시에서 온 남자에게
홀딱 반해 버렸다.

남편에게 질려 이혼을 요구한 학규의 아내가
'청'이를 학규에게 보냈다.
덕이는 청이를 동생처럼 데리고 아낀다.
덕이의 아버지가 죽고 감당할 수 없는
빚만 남자 팽마담은 남자를 따라 야반도주
했으나 남자에게도 배신 당했다.

학규는 덕이를 버려 두고 학교로 복귀한다.
덕이는 이제 엄마의 빚까지 떠맡아 시달리다
사채업자에게 자신을 담보로 맡기는 지경이
되었다.
그들은 서울로 올라와 바를 운영했다.
접대부 중에 청이가 있었다.

청이는 여전한 아빠의 바람끼와 엄마의 자살을
목도하고 어디에도 안주하지 못하다
덕이와 덕규 남매에게 의지했고,
시골 할아버지를 상대로 성매매도 했다.

학규의 시력이 갈수록 악화되었고 강단에서도
물러나게 되었다. 눈이 멀자 그는 비로소
자신이 잃어버린 게 무언지 돌아보게 되었다.
딸과 덕이, 아내.... 유희를 즐겼던
여러 어린 여자들.

이때 기적처럼 덕이가 학규를 찾아 온다.
사실은 눈을 멀게 하여 복수하고자 했으나
그를 돌보다 보니 오히려 사랑이 되살아 나고
말았다.

학규는 제공자도 모른 채, 청이에게서
한쪽 각막과 덕이에게서 또 한쪽을 받아서
시력을 되찾는다.
그리고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S읍으로 들어선다.

덕이와 청이의 소재는 찾을 수 없었고
그 대신 티켓 다방에서 일하는 어린 여자애를
데리고 남쪽으로 떠난다, 제 버릇 개 못 주고.

눈을 준 다음 덕이는 한강에 투신했다가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에게 구조 되었고,
청이 역시 섬으로 끌려 가다 바다에 투신했다.
청이는 용왕이 구조해 주었으면 모를까
곁에 아무도 없었다.

쌀 삼백석으로 사람을 샀던 옛날 이야기와
사채 빚에 시달리다 장기를 사고 파는
오늘날이 많이 다르면서 비슷하다.

돈 있는 자가 부리는 힘,
뺑덕어멈 같은 수혜자는 따로 있는 구조.

우리가 사랑이라 믿었던 것이 실재했을까.
사랑에 목숨을 걸었던 이야기들은
전설이 되어가고 사랑보다 더 중요한
뭔가가 있을 거 같기만 하다.

누아르식으로 과거와 현재가 오락가락 하지만
줄거리가 뻔해서 헛갈리진 않는다.

검색해 보니, 2014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정우성 배우가 학규를 맡았고, 덕이 역엔 이솜,
청이는 박소영씨가 맡았단다.
기억에 없는 걸 보니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나 보다.


백가흠/ 2014/ 네오픽션/ 13,000/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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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영화로 본 기억이 나네요.

이런 스토리 였군요. ^^

저도 정우성 얼굴이 먼저 떠올랐네요

예전에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스라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