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독서중] 가면의 고백(미시마 유키오)

in #postingcuration7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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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읽었던 백가흠 작가의
'마담뺑덕'에서 이 책이 나왔었다.
주인공 학규가 눈이 멀어서 들어앉게 되자
자기 서재에서 꼭 다시 읽고 싶었던 책으로
이 책을 골랐었다.

화려한 문체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으니
호기심이 동할 수 밖에 없잖은가.
그래서 책을 찾았더니 무려 세계 문학 전집에
오른 작가다. 처음 들어봤는데.

한참 읽다보니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비슷한 느낌이 났다.
일인칭 작가 시점도 그렇고
전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하며 애국심이
들끓던 시기임에도
뭔가 허무해서 계속 자살을 생각하는
주인공들도 그렇다.

주목할 만한 것은 1949년에 발표되었고
큰 비중을 차지 하는 것이 성 정체성이기에
당시 독자들의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하는 부분이다.

또한 다분히 자서전적인 요소가 있어서
개인 고백처럼 읽혔다.
고위 공무원의 자제로 태어났던 것,
패망의 분위기가 배경처럼 깔려있는 것,
식민지 침탈에 관해서는 절대 입을 열지 않는
일본 작가들의 묵직한 자세도 똑같다.

주 내용은 이거다.
사회적 지위가 있는 집의 장손으로 태어난
'나'는 부모에게서 강제로 분리되어
조모 손에서 과잉보호 속에 성장한다.

병약하고 겁도 많으며 상상력이 많은
주인공은 자신의 이상한 특성을 눈치챈다.
여자보다 남자, 그것도 근육을 울끈불끈
드러내는 젊은 육체 노동자에게 끌린다.

비정상적이라는 자각하에
보통의 남자처럼 여자를 좋아해보려 하지만
도대체 여자는 그냥 여자였다.

친구의 여동생과 연애를 해도 성욕을
느낄 수 없다. 약한 몸으로 군면제 판정을
받았고 불바다가 된 도쿄지만 주인공의
집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울은 그의 일상이며
피상적인 자신과
숨겨진 본성 사이에서 열심히
가면 놀이 중이다.

미시마의 문장은 집요한 데가 있어,
자신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며
하나의 생각에 대해 그렇다, 아니다, 그런데....
식의 논법을 사용하고 있다.

어떤 문장은 한참 해석해야 한다.
한자어식의 문장 때문에 읽기가 번거롭다.
그럼에도 패망시기에 국가 존립에는
관심없고 자신의 성 정체성 혹은 행복에
몰두하는 병든 지식인의 모습은
잘 묘사했다.

실지로 저자는 금수저 출신에
토교 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고등문관시험에 합격하여 대장성에
출근도 했으나 그만두고 작품 활동에만
몰두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추천으로 등단했고
결혼하여 아이도 낳았다.
어디선가 읽었던 활복해서 죽은
일본 작가가 이 사람이었다.
극우파며, 천왕중심주의를 주장하고
자위대의 각성을 촉구하며 그랬단다.

회피와 허무주의자인 주인공과는 전혀
딴판이다.

[금각사]라는 작품도 유명하던데
그것도 읽어봐야 이 작가의 진가를
알 수 있을거 같다.

미시마 유키오 / 양윤옥 / 문학동네 / 2009 /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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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 무시한 작가네요.

애국심으로 활복이라니…. 이상합니다.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