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공부 #1
들뢰즈(Deleuze)가 말하는 현재...
'현재'란 무엇일까? 들뢰즈는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한 현재의 순간이 사실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는 그의 주요 저서 『차이와 반복』에서 현재가 바로 '반복되는 경험을 수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들뢰즈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시간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 과거 아리스토텔레스는 "운동의 수"로, 라이프니츠는 "계기의 순서"로, 칸트는 "내감의 형식"으로 시간을 규정했지만, 들뢰즈는 반복과 상상력, 그리고 독특한 개념인 '수축'을 통해 현재를 설명한다.
그는 상상력이란 '수축'의 능력이며, 이러한 수축은 '수동적 종합'이라는 과정을 통해 현재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여기서 '수축'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겹쳐지면서 강렬한 성질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여러 음이 모여 하나의 멜로디가 되고 음악이 되듯, 개별적인 경험들이 뭉쳐져 새로운 인상으로 다가오는 것과 같다. 이는 베르그손의 시간 개념에서 영향을 받은 것인데, 플로티노스의 '관조' 개념을 물질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하여, 정신적인 현상도 자연적 요소들의 수축으로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들뢰즈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흄의 철학을 끌어왔다. 흄은 반복되는 대상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그 반복을 '응시하는 정신' 안에서는 무엇인가 변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불을 만지면 뜨겁다'는 반복적인 경험이 쌓이면, 우리는 불을 보고 즉시 뜨거움을 생각하게 된다. 이는 불과 뜨거움이 단순히 반복해서 나타나는 것을 넘어, 우리의 상상력이 이 두 관념을 연결하고 '수축'시켜 하나의 습관적인 인상을 만들어낸 결과이다. 이처럼 반복되는 경험이 우리 감각 안에서 '수축'되어 뭉쳐질 때, 이 뭉쳐진 '지금 이 순간의 덩어리'가 바로 우리가 느끼는 현재가 된다.
이러한 '수동적 종합'은 우리의 의식적인 노력이나 기억, 혹은 반성에 앞서 '응시하는 정신 안에서' 일어난다. 즉, 우리가 어떤 대상을 의식적으로 기억하거나 분석하기 전에, 이미 우리 마음속에서는 그 경험들이 '나도 모르게' 합쳐지고 새로운 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수동적 종합'은 이성이나 의식과 같은 어떤 '높은' 주체가 지휘해서 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여러 요소들이 동등하게 상호작용하면서 '저절로' 발생한다. 이는 전통적으로 '정신'이나 '이성'과 같은 것을 모든 것의 근원이자 지배자로 보았던 '수직적 위계'를 배제하려는 들뢰즈 철학의 중요한 특징이다.
결론적으로, 들뢰즈는 현재라는 것이 단순히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이 아니라, 과거의 반복되는 경험들이 우리 감각과 정신 안에서 '수동적으로 수축'되어 형성되는 확장된 시간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이해는 우리의 의식적인 활동 이전에 이미 우리 존재의 더 깊은 곳에서 어떤 역동적인 종합의 과정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며, 그의 독창적인 철학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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