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
종종 무의식적으로 글을 짧게 쓰는 나를 발견한다. 특히 댓글을 달 때 더 그렇다. 오랫동안 소셜미디어 생활을 하면서 생긴 안 좋은 습관이다. 전업 작가들이 소셜미디어 활동을 피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조사나 용언이 생략되고 떨어져 나간 글들. 글을 읽는 상대방에게 잽을 날리듯 툭툭 던지는 글들. 사람들이 감탄하는 명언을 창조하고 싶은 욕망이 담긴 짧은 글들. 재치에의 강박, 깊이에의 강박이 담긴 글들. 하지만 그런 강박적인 글들은 자동차 범퍼나 길거리 담벼락에 붙은 광고 스티커처럼 별로 쓸모도 없으며 어떨 때는 정크푸드처럼 재미난 맛은 나지만 몸(정신)에는 해롭다.
짧은 글에 순간적으로 반짝이는 통찰을 담으려는 노력은 대부분 실패하는 듯하다. 일상의 바탕이 이루는 진실(진리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닌)을 단 몇 마디 말로 붙잡는다는 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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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레날린 정키.
아드레날린은 흥분상황이나 위기상황에서 뇌와 근육으로 가는 혈류량을 늘려 사고판단을 원활하게 하여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아드레날린을 어떻게든 분비시키려고 익스트림 스포츠에 몰두하는 이들을 아드레날린 정키(junkie)라고 한다.
이머전스(emergence)의 저자 스티븐 존슨은 자신의 아드레날린 수치를 30분간 기록했다. 의사와 대화를 나누던 중 농담을 하는 순간에 아드레날린 수치가 즉시 껑충 뛰었다. 스티븐은 대화 중에 농담을 던짐으로써 스스로 아드레날린을 다량으로 분출하는 법을 터득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업무회의나 친구들과의 진지한 대화를 나눌 때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에서 마치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처럼 농담을 하곤 했다. 그는 그런 강박적인 농담이 성격이라기보다는 약물 중독 현상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뇌가 아드레날린 주사를 놓기 위해 한 번의 웃음을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익스트림 스포츠' 대신 '농담'을 이용하는 아드레날린 정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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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에서도 자주 아드레날린 정키들을 만나게 됩니다. 때로는 내가 아드레날린 정키가 되기도 하고요. 적당하다면야 아드레날린은 (아드레날린을 뒤쫓는 행동은) 부지런히 글을 쓰게 해 주는 연료가 되어 주겠지만 ‘적당함’의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저 글을 쓰면서 의식적으로 글을 지나치게 짧게 쓰려는 습관, 주어나 목적어, 조사, 용언을 생략하는 습관. 툭툭 던지듯 댓글을 쓰는 습관이 있는지 미리 확인하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