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 7. 내가 보이지 않는 건가

in #krsuccess10 days ago (edited)

역시. 저 중년 남자는 무례하다.

아무리 사람이 우선인 횡단보도라고는 하지만 그는 길을 건너면서 고개를 조금도 돌리지 않고 다가오는 차를 향해 자신의 손바닥을 펼쳐 보인다. 마치 귀찮다는 듯. 시혜를 베푼다는 듯이. 예전에 공항에서 한 유명 정치인이 보좌관에게 자신의 캐리어를 ‘노룩패스’하던 바로 그 모습이다.

길을 걷다가 몇 번인가 그와 부딪칠 뻔한 적이 있다. 길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네 명 정도는 한꺼번에 지날 수 있을 정도로 길은 넉넉했다. 나는 우측통행을 준수하며 길 오른쪽에 바짝 붙어 가고 있었다. 그 중년 남자는 맞은편에서 길 한가운데를 차지한 채, 자기 기준으로는 약간 왼편에 치우쳐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가던 방향을 유지하며 한 발자국도 비키지 않고 굳이 내 옆을 스치듯 지나갔다. 그 일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여러 번 반복되었다. 나는 그 불편한 남자를 자연스레 기억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