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맞춘 시계

in #krsuccess2 days ago (edited)

집안에는 시계가 네 개 있다. 책상 위, 책장 사이, 냉장고 문, 그리고 화장실 벽에. 모든 시계를 1~2분 빠르게 맞춰놓았다. 요즘 시계들은 싸구려도 꽤 정확해서 다시 맞출 일이 거의 없다.

언제부턴가 약속시간에 늦는 걸 견딜 수 없게 됐다. 사람을 만나는 횟수도 점점 줄였다. 아예 약속을 잡지 않으면 불안할 일도 없다.

어느 날, 어쩔 수 없이 약속을 잡았다. 사적인 식사 자리였다. 약속 시간보다 4분 일찍 도착했다. 만나기로 한 두 분이 먼저 와 있었다. 그들은 나보다 대여섯 살 많은 남성들이었다. 한 명이 웃으면서 나이 많은 사람을 기다리게 하면 어쩌냐고 말했다. 농담으로 위장한 그 말에는 가시가 있었다.

그날 이후 그들과는 만나지 않는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