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
<인 디 에어>(2009). 제이슨 라이트만 감독.
주인공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은 1년 322일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해고를 통보하는 일을 한다. 해고 통보를 대행하는 직업이라니. 격리된 좁은 공간에서 자신의 말 한마디에 좌절하고 절망하고 분노를 토해내는 사람들을 바로 눈앞에서 지켜봐야만 하는 일이라니. 끔찍한 직업이다. 라이언은 이 일을 즐기지는 않는다. 겉으로는 합리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부류지만 냉정한 사람은 아니다. 어찌어찌 잘 ‘버티며’ 살아가지만 결국 마지막에 그의 마음이 부서지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영화를 보게 된다.
영화 장르는 ‘코미디’라고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 해고 통보를 받는 사람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다큐멘터리 기법을 쓰면서 해고되는 사람들의 사연들과 표정이 너무나도 무겁고 사실적으로 연출된다. (몇 배우를 제외하고 실제 해고당한 사람들을 모집해 촬영했다고 한다.) 회사 대표는 미국에 몰아닥친 불경기를 반긴다. 돈벌이(해고 통보)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참 ‘미국답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무거운 소재를 잔잔하게 풀어나간다.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닌 결말. 나중에 한 번 다시 보고 싶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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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시간강사를 하면서 그 많은 수업들 중 다음 학기 강의가 없다고 언질을 받은 경우가 딱 한 번이었다. 연락이 없는 것이 ‘관행’에 가깝긴 하지만 그래도 미리 말해준 그 학교와 교수님의 이미지는 좋게 남았다. 이런 경험 때문에 잠시 전임교수로 일할 때 시간강사분들에게 자세하고 정중하게 다음 학기 강의가 없다는 연락을 꼭 하려고 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럴 일은 생기지 않았다.
그 외에 하기 싫어도 회피하지 말고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다가 떠오른 건. 역시. 연인이 헤어질 때. 불편하고 힘들지만 얼굴을 마주 보고 이유를 말하는 것. 상대방에 대한 존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