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초딩일기.

in #kr7 years ago

1.

드디어 주말이다.

어제 자기전에 아침 7시로 알람을 맞춰놨다.

자다가 늦잠을 잔 느낌에 놀라서 눈을 뜨니 오전 6시다. 출근할 때의 습관이 몸에 배었나보다. 좀더 잘 수 있었는데 1시간이나 일찍 일어나다니. 다시 잠이 안 온다. 뭔가 매우 억울한 느낌이 든다. 내일은 반드시 1시간 더 자야지.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면서 회사폰을 확인해봤다. 새로운 메일들이 와 있다. 설마 일폭탄일까 떨리는 마음으로 열어봤다. 별 내용 아니다. 다행이다.

개인폰을 확인해본다. 지인들의 불금의 흔적이 부재중 통화와 메세지로 남겨져있다. 나만 빼고 다들 불금이었나보다. 하지만 안 부럽다. 정말이다.

스팀잇에 접속해본다. 아직 잠이 덜깨서 그런지 짧은 글만 읽힌다. 어떤 글을 읽고 댓글을 남겼다. 남기고나서 생각해보니 내 댓글이 공격적으로 들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내 의도는 그게 아닌데. 댓글을 지우려했다가 그냥 놔뒀다. 어차피 블록체인이어서 내가 무슨 댓글을 썼다가 지웠는지도 다 보일텐데, 무슨 의미인가싶다. 그런데도 계속 신경쓰인다.

2.

과일을 먹으면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내가 주말에 알람을 맞춰둔 이유, 다짐했던 글을 쓰기 위해서.

갑자기 부담스럽다. 그 짧고도 긴 에피소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적으려니. 그때의 감정을 다시금 불러오려고하니 기분도 나빠진다. 그냥 그 에피소드는 쓰지 말아야겠다.

포기하고나니까 마음이 편해진다.

혹시나 내가 글 올리는 걸 일처럼 느끼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데… 나 진짜 즐거워하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힘든 일처럼 느껴질까? 며칠전에 한 분이 내가 걱정된다면서 쉬엄쉬엄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신것도 생각이 난다. 내가 버거워하는 것처럼 보이나보다. 고민이 된다. 내가 스스로 스트레스 구덩이로 뛰어들고 있는건 아닌지 걱정됐다. 교수님이 나 더이상 스트레스 받으면 안된다고, 절대안정을 외치셨는데.. 또 혼날거같다.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람이 문제다. 평소에 출근할때 알람을 듣고 일어나는데, 오늘도 글을 쓰려고 알람을 맞춰놓았으니 몸이 자동적으로 일 모드로 전환되었나보다. 이제 다시 주말엔 no 알람이다. 알람 꺼져.

3.

원래 하려고 했던 글쓰기를 안하게되니 점심 결혼식까지 시간이 붕 뜬다. 다시 자기도 애매하다. 운동을 해야겠다. 오랜만에 피트니스 가야지.

피트니스에 가서 가볍게 스트레칭하고 몸을 풀려고 하는데, 몸이 너무 뻣뻣하다. 생각해보니 거의 한달만에 온 것 같다. 돈이 너무 아깝다. 내일도 운동하러 와야겠다.

토할정도로 운동했다. 오랜만에 근력운동도 하고 마무리로 유산소도 한시간 넘게 했다. 뿌듯하다. 오늘 많이 운동했으니 내일은 운동 안해도 될 것 같다.

4.

파우더룸에서 머리 말리고 화장하는 내내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다니는 피트니스의 회원 연령층은 높은 편이다. 자식들 얘기, 손자/손녀들 얘기가 끝도 없이 나온다. 맨 처음엔 자식 욕으로 시작하는데, 계속 듣다보면 자식 자랑으로 끝난다. 항상 똑같은 패턴이다. 때문에 맨 처음에 그 분들이 자식 욕할때 너무 격하게 동의하면 “절대” 안된다. 예전에 들었던 자식자랑 내용을 기억 저편에서 꺼내서 언급하며, “그래도 아드님/따님이 이렇게 잘하니까, 걱정 없으시겠어요~” 라고 말해야한다. 그게 단 하나의, 유일한 “정답”이다.

우리 엄마 아빠도 저러실 걸 생각하니, 갑자기 츤데레처럼 느껴지면서 웃음이 난다. 아니, 잠깐. 너무나도 당연하게 내가 자랑스러운 자식일거라 확신하는 나도 웃기다. 대체 뭘로?

5.

원래 쓰려고했던 글은 그렇게도 안 써지더니, 이건 무계획으로 즉흥적으로 쓰다보니 벌써 다 썼다. 원래 쓰려고했던 내용도 삘 받을 때 확 써버려야겠다. 괜히 시간 정해놓지말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6.

김작가님이 20대 초반일때 썼던 일기는 마치 형사수첩 같았다고 한다. 육하원칙에 맞춰서 쓴 일기. 내가 지금의 김작가님처럼 글을 쓰진 못해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엇을 하고, 보고, 느꼈는지, 사실의 나열은 할 수 있다. 그래서 용기를 얻어서 썼다. 우리가 초등학교때 썼던 일기와 같은 글. 언제나 같은 문장으로 끝나는 글.

오늘도 참 재밌었다.


원래는 <PEN클럽 공모전> 을 위한 글을 쓸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해당 공모전은 글 잘쓰시는 분들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 라고 생각했기에.

참여를 한 다른 분들이 쓰신 글을 읽었다.

역시나.

다들 어쩜 그렇게들 잘 쓰시는지.....

부러우면 지는거라는데, 난 이미 졌다.

그런데 말이다.

일기의 최고봉은 "초딩일기" 아닌가?


나 오늘 뭐 했고 뭐했어. 그래서 참 재밌었어.

라고 끝나는 일기.

아무도 초딩일기를 쓴 분이 없다.

그래서 당당하게 제출한다.

제 1회 PEN클럽 공모전.

공백 포함 총 글자수 2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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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쓰려고했던 글은 그렇게도 안 써지더니, 이건 무계획으로 즉흥적으로 쓰다보니 벌써 다 썼다. 원래 쓰려고했던 내용도 삘 받을 때 확 써버려야겠다.

ㅋㅋㅋ 저도 포스팅하려고 앉으면 뭘할까 생각을 하다보면 시간이 지나도 나아진게 없더군요 헛소리나 걍 지금 나는 생각을 적고 그것을 수정하는게 더 효율성 있었습니닷 ㅋㅋㅋ

스팀잇을 하면서 작가들의 고충에 점점 감정이입이 됩니다. '영감'이라고 고상하게 표현되는 '쀨'을 받기위해 지금 이 순간도 괴로워하는 모든 작가님들께 cheers. ㅋㅋㅋㅋㅋㅋ

저는 ‘오늘도 참 즐거운 하루였다.’로 마무리하곤 했어요. 스팀잇은 참 즐거워요~

왜 어린애들은 일기를 다 똑같은 문장으로 끝마칠까요? ㅋㅋ 전 검은돌님의 사진을 보는게 참 즐거워요 :)

셀레스텔님이 써 내려간 소소한 일상을 공감하기도 하고 흐뭇해하기도 하며 편안히 읽어 내려갔어요~ ^^ 저 초딩 일기는 몰아쓴 기억밖에 안 나요ㅎㅎㅎ 날씨 대부분 맑음! (어제 밤에 읽고 오늘 댓달아요~)

전 날씨 맑음, 구름낌을 번갈아가며썼던 기억이... 매일매일 날씨맑음이라고 쓰면 몰아쓴걸 선생님께 들통날까봐 그랬나봐요.ㅋㅋㅋ

쉬는 날에는 알람 맞추면 아니되요. 열심히 놀고 새벽까지 빈둥거리다가 잤는데도 토요일에도 불구하고 저도 아침 6시에 자연스럽게 눈이 떠져 안개낀 성산일출봉 다녀온 것은 안비밀입니다. ㅎㅎㅎ

하늘님의 성산일출봉 갔다온 일기를 읽으면서 호로요이 관계자님이 나오는 부분을 제일 집중해서 읽었다는걸 굳이 숨기지 않겠습니다. ㅋㅋㅋㅋ

연애는 본인이 하셔야지요. 남의 연애에 대리만족 하기 있긔? 없긔? 물론 저는 전혀~~~ 관심가지고 볼만한 꺼리가 단 0.0001%도 없었습니다. ㅠㅠ

제가 올해 초에 말씀드렸죠? 올해 안으로 꼭 셀레님에게 좋은 분이 나타나길 바란다고요. ㅎㅎㅎ 셀레님에게 나타난다면 제게도 나타날지 모르지요. ㅎㅎㅎ

셀레님!! 저도 주말 아침엔 알람 꺼져! 추천드립니다 ㅎㅎㅎ
안그래도 일주일 내내 일에 시달리시는데, 일상생활이나 스팀잇까지 본업처럼 해야된다면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할까요 ㅠㅠ

사실은 어제 매우 우울해서 셀레님이 토요일에 써 주신다던 에피소드가 올라오면 봐야지 하고는 몇번을 들어와 봤는데 없는것을 보고, 그냥 오늘도 바쁘신 모양이다 하고는 마음을 접고 있었어요 ㅋㅋ

그러니 이 전혀 초딩스럽지 않은 초딩일기처럼 삘받으실때 후다닥 써 주시는거 매우 추천드리고요. (부담은 갖지 마시고요^^) 혹시나 싶어 셀레님 지갑을 방문해 봤는데, 지금까지 "내 지갑으로 입금하기"를 한번도 안 누르셨다는 것을 제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_+
그거 안받으시면 그냥 그렇게 계속 공중을 떠도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스달이 부담스러우시면 받자마자 거래소 가서 스달을 스팀으로 전환해서 스파로 바꾸면 되는거 아시죠?! (만에 하나라도 방법을 잘 모르신다면 뉴위즈님의 이 글 추천드립니다 ^^)

스팀에 대해 정말 독특한 관점을 가지신 셀레님~~ 스팀이 꽤 올랐어요. 부디 오늘은 시간 내셔서 "내 지갑으로 입금하기"를 누르셔서 요즘은 거의 없는것 같지만 대역폭에서도 벗어나시고 셀레님의 보팅을 받는 수많은 스티미언들을 기쁘게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ㅎㅎㅎ

팅키님, 왜 우울하셨어요 ㅠㅠㅠ 지난 글에서 언급하신 임대 문제 때문에 그러신가요? ㅜㅜ 모든 일이 다 그러하겠지만, 사업을 할 때 특히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기나봅니다. 내가 모든 일을 다 책임지고 관리해야하기 때문에 그러겠죠? 팅키님, 토닥토닥.

그리고 제가 맨처음에 쓰려던 에피소드는 전혀 즐거운 일이 아니어서 팅키님이 보시면 기분이 더욱 안 좋아지실거같아요..... 흑흑. 어제 삘받아서 좀 적긴했는데, 너무 길어져서 글을 두 개로 나눠야할 것 같아요. 근데 쓰다보니 빡침의 감정이 다시 올라옵니다.... Aㅏ....

제가 지난번에 올린 글에 적어주신 댓글들을 읽고 주말동안 좀 생각해봤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일단 지갑에 받아두고 있어야겠어요. 은행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안 받고 버팅기는 모습과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뉴위즈님의 글을 좀이따가 다시 찬찬히 읽어봐야겠어요! 보상을 받을 계획이 없었어서 스팀으로 바꾸는 것도 모르고 있었네요. ㅎㅎㅎ

ㅎㅎ 네. 오늘은 조금 낫네요. 방수공사하던 업체가 먹튀... 는 아니고 중간에 포기하고 나가버렸어요 ㅠㅠㅠㅠㅠ 그래서 멘붕의 주말을 보냈답니다. 오늘 새 업체 미팅하고.. 견적요청해 두고.. 무슨 큰 사업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신경쓸 일이 많으니, 사업하면서 건물짓고 빌딩사고 길닦고 하시는 분들은 얼마나 힘드실까 생각하면서 혼자 다독다독 주말을 보냈어요. 흑흑 감사해요.

그나저나 에피소드가 빡침의 에피소드였다니 +_+ 저는 왜 웃기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했을까요! 빡침이라도 이왕 쓰셨으면 올려주세요! 응원해드릴께요ㅠㅠ

보통 글을 쓰거나 다른분들께 보팅하고 받으신 스팀, 스파와 스달은 내 지갑으로 입금하기를 누르면 각각의 지갑으로 입금이 되는데요, 스파는 알아서 스파로 들어가니 신경쓸 필요가 없는데, 스팀은 메뉴를 누르고 "파워업"을 누르면 바로 스파로 변환이 가능한 반면, 스달은 스팀으로 전환을 한 다음에 스파업을 하게 되더라고요. (한번도 안해보셨으니 당연히 모르실거 같아서 알려드리는거에요;; 아 금융관련 업계에서 촉망받는 분인 셀레님께 이게 무슨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짓인지 모르겠어요 ㅠㅠ) 근데 모르면 내부거래소 안가고 판매를 눌러 블록트레이드인지뭔지 가서 하려면 수수료도 내야하고 뭔가 더 복잡한 +_+ 저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작업들이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뉴위즈님의 글을 보시면 간단하게 쓱싹 하실 수 있을것 같아, 셀레님께서 입금받기를 거부하신 떠도는 이자들의 안착을 위해 이렇게 길게길게 설명을 드리고 있습니당 헉헉 :D

친구가 남자친구나 남편 욕할 때도 격하게 동의하면 큰일! 저는 부모님이 친구들에게 우리 딸은 행복한 사람이야 하고 자랑하고 다녔으면 좋겠어요. :-)

마냥 우리 딸/아들 이렇게 잘나가네 라고 자랑하는 것보다 '행복' 하다고 자랑하는 분들은 제대로 자랑할 줄 아는 분이네요 :D

글에서 평소 성격이 묻어나는.. 심지어 운동도 열심히 해버리셨군요.
오늘도 참 재밌었다. ㅋㅋㅋ 저는 초딩(?)일기 하면 미뤄서 쓴 기억만 있어요 ㅋㅋㅋㅋㅋㅋ 대체 날씨는 왜 적으라는건지 ㅡ.,ㅡ

저 운동 그다지 안 좋아하는데, 갑자기 본전이 생각나면서 매우 열심히 하게 됐어요 ㅋㅋㅋㅋ 역시 뽕 뽑으려는 생각의 힘은 어마어마합니다 ㅋㅋ

어르신들의 답정너가 참 재밌고 귀엽네요ㅋㅋ 제 초딩일기는 딱 3줄이었는데요, 날씨 한 일 느낀 점 끝. ㅋㅋ 그때 좀 재미를 붙여서 문장력과 표현력을 길렀으면 좋았겠다 싶어요. 아무튼 그들만의 리그의 일원이 되시기 충분한 것 같아요. ㅋㅋ 전 1회는 넘어가고 2회에나 참여해야겠네요. ㅋ

어르신들의 답정너 무서워요 ㅎㅎ 항상 정답이 뭘까 고민해야만 하는... ㅋㅋㅋㅋㅋ 콜빅님의 pen클럽 일기 기대합니다! :D

운동하셨다는 대목에서 "오늘은 꼭 gym에 가야지"라고 3주째 말만하고 있는 저를 보고 반성. 일찍이어나야지 하고 알람은 맞췄음에도 "알람 꺼져"라고 말을 한 제 자신을 생각하며 또 반성 ㅎㅎ

조근조근 글을 써주시다가 중간에 "꺼져"가 엄청 임팩트가 있었어요 ㅋㅋ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Gym 이 '짐(burden)' 처럼 느껴지는 이 느낌은 역시 저만 느끼는게 아니네요.ㅋㅋㅋㅋ Gym 을 집처럼 드나드시는 @afinesword 님은 저와 미네르바님과는 다른 별에서 왔나봅니다 ㅎㅎㅎ

아 ㅋㅋ 저는 확실히 잘 벼린 칼 님과는 다른 별 출신입니다.

여담인데 Gym이랑 Burden 단어 꺼내시니깐 "Jim Burden"이라는 미국 작가가 생각나네요. 이름 보고 한국 사람들끼리 엄청 키득댔었는데... 그러고 보니 Bob Rice라는 분까지 ㅎㅎ

알람 꺼져

했지만 그 시간에 눈 똑 떠지는 황망함이란...

제겐 생후 8개월짜리 인간 알람이 있어요. 꺼지지도 않는 ㅋ

저희집엔 생후 7년인 새벽 4-5시 고양이 알람이 있어요. 안 일어나면 화장품을 떨어트리거나 남편을 밟는. 그런데 7.5kg입니다.

그정도면 새끼 호랑이 아닌가요

깊은 깨달음의 Aㅏ 인가요 아니면 깊은 빡침의...? ㅋㅋㅋㅋㅋ

깊은 깨달음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7.5 키로 알람이라니 ㅋㅋㅋ 그것도 안 일어나면 응징하는 알람이라니!!!! ㅋㅋㅋㅋ

천사같은 둘째아드님이 배고프시다는데 얼른 일어나서 진지 대령하셔야죠!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