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in #kr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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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알바를 했던 적이 있다.
혼자 일을 하고 있는데 뒷문으로 들어온 손님이 성큼 성큼 주문대로 와서 대뜸 질문을 건넨다.

재밌어요?

십대 후반~ 이십대 초반 쯤으로 보이는 남자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해서 어리둥절해하고 있는데 가만 보니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인 듯 하다.

알바 재밌어요?
네, 재밌어요.

못 들은 체 다른 할 일을 하려다 예의상 대답을 해준다.

아, 진짜요?!

놀란듯 대답하더니 뭔가 불안한 사람처럼 카페 안과 밖을 한참 왔다갔다 서성인다.
마침 그리 바쁘지 않은 타임이라 주방 안쪽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원두 담는 일을 시작한다.
혹시나 무슨 성가신 일이라도 벌어지는 건 아닐까 싶은 마음에 힐끔 힐끔 주시하면서.

눈이 자주 마주친다.

아 여기서 일하면 진짜 좋겠다!

바와 홀 사이에 유리문이 있었는데 열어두었는지 닫아두었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아무튼 그 유리문 너머 바 안쪽 내가 일하는 곳까지 들어와서 그리 말했었다.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부럽다고도 했었던가.

손님이 들어오면 안되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어찌저찌 밖으로 내보내느라 진땀을 좀 뺐다.
이후에 보호자로 보이는 사람이 와서 데리고 간 후에야 한숨 돌렸던 것 같다.

고등학교때 관련 기관에서 지적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한 적 있었는데 그때 너무 힘들었어서 다시는 안한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일기에는 그들을 '천사들'이라 묘사하긴 했지만.
이후에 딱히 관심을 가진 적은 없는데, 요즘 종종 관련 영상을 찾아보거나 정보를 검색해본다.

얼마전에 버스 정류장에서 계속 같은 질문을 하면서 대화를 시도하려는 사람과 마주쳤는데, 예전만큼 두렵거나 거북하지 않아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대화를 좀 나눴다.
예전에는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우연히 마주치면 돌발 행동에 행여나 피해를 입을까봐 나도 모르게 몸이 경직되어서 애써 거리를 두거나 자리를 피하곤 했었는데, 아무래도 최근 그들을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콕 집을 수 있는 계기가 있는 건 아니지만 서서히 다른 정보가 하나 둘씩 들어왔나 보다 하고 유추할 뿐이다.

아무튼..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갑자기 궁금해져서 글을 써 본다.
카페 알바가 재밌어보여서 너무 하고 싶어했던 그가 문득 떠올라서.
나는 그때 열정도 없고 실수도 많이 하는 그저 그런 알바생이었는데, 어쩌면 그가 나 대신 일을 했더라면 훨씬 더 잘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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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분들에게 일자리 기회가 많아져야 하는데요...

네 맞아요 그들 안에서도 스펙트럼이 다양한데 우리 사회의 인식이 섬세하지 못해서.. 가치를 발하기 힘든 것일 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