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교육' 이야기] '펜스룰'이 아닌 '한글룰'(?)에 대하여
*최근에 저의 글에 해킹 의도가 의심되는 댓글들이 달리고 있어 답 댓글을 남겨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hangeul입니다. 미투 운동이 최근 교육계로 까지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통탄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며칠 전 기사로 보도 된 바와 같이 과거 학생에게 성추행과 성폭행을 가한 남성 교사가 미투 운동으로 뒤늦게 조사를 받게 되는 일이 생겨 충격을 주었습니다. 어떻게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지금까지 태연하게 학교에서 근무를 할 수 있는지 저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런 소식을 접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으로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런 짐승 같은 놈들도 교사라고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나는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정식 교사가 되지 못하고 이러고 있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고,
다음으로는 평생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할 피해 학생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픈 마음이 들었으며 세 번째로는 가해자인 남성교사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나서, 남성으로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스스로를 한 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부끄럽지만, 이번에 미투 운동을 보도하는 기사들을 통해 '펜스룰'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뒤늦게 알게 된 펜스룰은 저에게 낯선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펜스룰과 비슷한 저만의 룰을 저도 오래전부터 실천해 왔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쉽게 '한글룰'이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처음 기간제 교사로 여고에 출근하게 된 첫날에 교감 선생님께서 저에게 처음으로 해 주신 말씀이 바로 "고의든 아니든 여학생들과의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절대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학생들을 위해서도, 선생님의 인생을 위해서도 중요한 것입니다. 특히나 여학교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합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평소에 '청소년기의 학생들은 남/여 교사를 성 역할 모델로 삼아 이를 모방하고자 하는 심리가 있고 이를 통해 성 역할 규범을 배운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의 언행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위의 내용처럼 학교 첫 출근에서 첫 번째로 들은 말이 이러한 내용이어서 더욱 조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처음엔 교감 선생님이 왜 이렇게 이 부분을 강조하셨는지 이해가 잘 되질 않았습니다. 나를 잠재적인 위험 인물로 보는 것은
아닌지, 내가 못 미더우신건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 근무하면서 비로소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남성 교사에 대해 학생이 친밀함을 표현하며 교사에게 먼저
다가오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자면,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하면서 안아달라고 하는 경우, 먼저 다가와 팔짱을 끼려고 하는 경우, 장난으로 괜히 건드리고 지나가는 경우' 등이 많이 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이러한 학생들의 장난 혹은 교사에 대한 친밀함의 표현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럴 때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상황을 넘기지만 등으로는 식은 땀이 흐르고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 더 이상하기에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하게 그냥 넘기는 것이지요.
몇 번 이렇게 당황스러운 상황을 겪고 나니, 학생도 보호하고 저 스스로도 보호할 수 있는 규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한글룰'을 만들고 지켜오고 있습니다.
'한글룰'이라는 것은 크게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여학생들과의 모든 활동에서 친밀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고 일체의 차별이나 선입견을 배제한 채로 단지, 여학생들과의 신체 접촉만을 하지 않는 것이죠. 이 경우 언어적인 측면에서도 부적절한 발언을 하지 않는 것도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학생이 저에게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오면 한 걸음 정도 뒤로 물러난다거나, 하이파이브와 같이 상대적으로 가볍고, 상대방이 먼저 손바닥을 내밀었을 때 제가 거절하게 되면 민망함을 느끼고 거절로 인해 상처를 받는 경우가 아니면 신체 접촉을 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한글룰을 실천하는데에 있어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학생들의 이해를 구할 것'입니다.
처음에 한글룰을 실천하는 저의 태도에 대해, 학생들이 자신들을 제자로서 아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는 섭섭하다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이런 오해에 대해 저도 답답했기 때문에 학생들과 대화를 해 봤습니다. 우선 학생들에게 일부 남성 교사의 성범죄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후 저의 생각과 비판적 견해를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저에게 거리감이 느껴진다며 섭섭해 하는 행동이 모두 이런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하기 위한 일임을 밝혔습니다. 또한 본인들이 나중에 학부모가 되어서 자녀를 학교에 보냈을 때, 교사가 저와 같이 행동한다면 그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인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학생들이 저의 행동에 대해 느낀 서운함을 풀고 저를 이해하고 저의 생각과 실천을 응원 해 주더군요.
그런데, 한글룰을 실천한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을 제자로서 사랑하고 있음을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인사를 하는 제자에게 밝은 미소를 보이며 함께 인사를 하는 것, 표정이 좋지 않으면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 물어봐 주는 것, 고맙다, 미안하다, 잘했다 등 말로서 관심과 칭찬, 배려를 보여주는 것 등이 필요합니다.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에서는 신체 접촉을 하지 않고서도 친밀감과 유대감, 신뢰감을 얼마든지 형성할 수 있고 함께 학교 생활을 잘 할 수 있음을 몸소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일부 남성 교사들이 성범죄를 일으킬 때면, 같은 남성으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혹시나 사회에서 남성 교사를 잠재적인 가해자로 보는 것은 아닌지 부담스럽고 걱정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학생들에게 떳떳한 교사로서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기에 저는 앞으로도 한글룰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저의 규칙으로 인해 학생들이 섭섭해 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배려하려는 노력도 함께 기울여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글만 보아도 이미 학생들을 배려하는 좋은 선생님이신 것 같습니다.
남은 주말도 알차게 보내시길 바래요^^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한주 수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