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써보는 자기 고백. 아마도 숨 쉬는 이야기.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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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밋엔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주제가 편중될 수 밖에 없는, 이렇게 폐쇄적인 커뮤니티에, 글쓰기 같은 매니악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몰려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어쩌면 이게 스티밋이 대중화되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농담이고...

아무튼 블로그에 백날 써봤자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글에 관심을 갖고, 격려하고, 수고했다며 두둑한 용돈까지 찔러주는 이 희한한 커뮤니티에 나는 완전히 감탄해버렸다. 사실은 백번 절을 해도 모자란 처지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곳에 올리는 글은 사실 내 블로그에 한번 올렸던 글들이다. 스티밋 고유의 콘텐츠를 쌓는 게 커뮤니티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분들은 이런 방식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해한다. 바람이 있다면, 글쎄 뭐랄까, 이게 부당이득이나 불로소득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글을 써왔지만 그 글은 한푼어치의 값어치도 없었다. 하지만 내 글 자체에 가치가 없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자신의 글이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글을 쓰는 사람이 있을까? 겸손이나 거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 없이는 그 어떤 인간도 십수 년 간 성과도 없는 일에 매달리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뭘까? 도대체 무엇이 나를 가난한 글쟁이로 만든걸까? 이유는 하나다. 나는 내 가치를 현금화할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내가 스티밋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기에 가상 화폐에 대한 투자 정보가 많아서도, 사람들이 관심을 보여줘서도, 가시적인 수익을 얻기 때문도 아니다. 스티밋이,

나에게 팔만한 상품이 있다는 걸 알려줬기 때문이다.

이 발견의 끝에서 나는 먼지를 쓰고 썩어가던 악성 재고들을 다시 한번 꺼내봤다. 그리고 차근차근 그것들을 닦아 팔기 시작했다. 장사는 운이 좋았다. 재고를 걱정할 일도 없었다. 내게는 쌓인 재고가 많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수익 최적화를 한다면 블로그를 통해서도 충분히 가치를 팔 수 있을거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프로이트나 아감벤, 아도르노, 푸코에 대한 글을 쓰면서도 그게 가능할까? 그런 글을 현금화하기 위해선 도대체 얼마나 많은 최적화가 필요할까? 화를 내는 것도 아니고, 세상을 탓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저 기회를 준다면, 가슴 속에 쌓인 쓸쓸함을 크게 한번 털어내고 싶을 뿐이다. 쓰는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더 이상 읽지 않는 시대에 사는 쓸쓸함에 대해서 말이다.

세상의 거대한 흐름은 개인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나는 묵묵히 멸종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 끝은? 한달 전만해도 내 대답은 망설임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로 알 수 없게 돼버렸다.

뻔히 보이던 미래에 미지의 안개를 드리운건 나 혼자의 힘이 아니었다. 이 자리를 빌어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올리고 싶지만 누구는 말하고 누구는 말하지 않는 것도 그런것 같아 마음으로만 전해드린다.

다들 잘 받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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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문자가 멸종되지 않는 한 글쟁이가 사라질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언제고 다시 빈곤해질 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있습니다. 그래서 건물주 투잡을 빨리 완성해서 밥 걱정 없이 글을 쓰는 날이 왔으면 하네요.

건물주 투잡 찬성입니다

건물주 투잡... 👏👏

ㅋㅋㅋㅋ건물주 꿈에 동참합니다ㅠㅠ

저는 죽는 그 순간까지 글을 써서 돈을 버...
ㅋㅋㅋ

눈으로 들어와 입 안에 뒹구는 글이 그리웠습니다.

표현에 감탄합니다

역시 프로 작가님은 다르시군요! 글의 맛이란!

언젠가는 샘처럼, 스팀잇의 보상 시스템이 기억해 봄직한 하나의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요. 지금 누군가는 부당이득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감사하게 읽고 있습니다. 그게 블로그에 한 번 올렸던 글이든 아니든 상관없다고 생각하고요. 글 자주 올려 주세요^^

감사하게 읽으셨다니 저야 말로 감사합니다. 저도 자주는 올리고 싶은데 여간 시간이 안 나네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던지신 건 '숨쉬는 이야기'였다지만

제가 받은 건 '작가의 진심'입니다

오우 오글거리는군요 ㅎㅎ

저도 이 글 쓰면서 오글오글... 이런 얘기 처음이라서요 ㅋ

무릇 오글 속에 진심이 있는 법입니다

너무 공감하는 글입니다! 저도 글쓰는걸 좋아하는데, 제가 책을 내지 않는이상 돈을 벌수있겠다는 생각을 못했었거든요.. 이런 무형의 컨텐츠들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최고인것 같습니다..! 팔로우 하고가요 :)

저도 팔로우 했습니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잘해보자구요!

읽지 않는 시대에 사는 쓸쓸함이라니..마음속으로 많은 생각을 들게 하네요

흐름을 받아들이고, 읽히는 글을 쓰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쓸쓸함은 어쩔 수 없죠.

먼지쌓인 재고가 엄청 부럽습니다. 오늘이 스팀잇 닥 30일째... 1일 1포를 목표로 했만 질적인 면은 점점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괜찮아요. 저는 원래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그저 이곳에 주어진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죠. 그나저나 정말 부럽습니다 ㅎㅎㅎ

저도 1일 1포가 목표입니다. 저는 재고를 닦아 올리는데도 쉽지가 않던데 매일 새로운 글을 쓰시려니 얼마나 힘드시겠습니까. 우리 모두 화이팅입니다.

deadpxsociety 님이 님의 글을 현금화할 방법을 못찾으신게 아니라고 전 생각해요. 출판계에서 그 방법을 꽁꽁 숨겨두고 자기네들만 공유한 그 시스템이 나빴다고 생각해요. 책 하나 쓰고 재고로 몇천권을 고스란히 안게 될지도 모를 그런 시스템에서 어찌 저자가 자비로 책을 내겠어요...
지금까지 쓴, 빛을 보지 못했던 님의 아가들을 여기다 곶감 내어놓듯이 하나 하나 천천히 풀어놓고 사랑받게 해주시면 될거 같아요.

곶감 빼먹듯 하나하나 써먹다가 결국은 동이날까 걱정입니다. 제가 쓰는 속도가 정말 느리거든요. 차츰 쓰던 소설들도 하나씩 올려볼까 생각중입니다.

기대하고 있을게요.
어떤 기자분이 스팀잇에서 활동하는 창작가들을 찾고 있길래 제가 님과, 제가 팔로우하는 또 다른 두 작가분, 이렇게 세분 소개했는데 혹 실례가 안됐는지 묻고싶어요. 혹 꺼리시면 그냥 제 탓으로 돌려주세요.

오! 꺼리긴요 감사 대감사입니다. 제가 무슨 속세를 떠난 선비도 아니고, 알아주는 날이 오길 바라며 세상을 떠도는 유세가일 뿐입니다!

긍정적으로 받아주셔서 감사해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저도 이 스팀잇의 매력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중..
사람들이 보고 반응해주는 글을 쓴다는게 기분이 너무 좋더라구요 ㅎㅎ

네 글 하나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보이는 곳도 드물지요. 일반 블로그 운영하면서도 이렇게 네트워킹했다면 어땠을지는 모르겠지만... 다르긴 다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