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ity
아침에 문득 과거 낯익었던 어느 자기계발관련 강사가 떠올랐다. 한 때 그에겐 유명이 따랐다. 빛도 어둠도. 그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의 말이 진실되고 유효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인기 강사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를 잊었다. 오랜만에 그의 유튜브 채널에 들어갔다. 구독자는 100만명이 넘었다. 이번엔 조회수를 보았다. 여전히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5년전에 비하면 1/10도 안 되는 수치였다. 내가 그를 잊은 것처럼 사람들도 그를 점차 잊게 되었다. 그는 그대로인데 왜지?
유명함엔 물결 같은 흐름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동시에 누군가에게 주목하게 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어떤 관심도가 한 사람을 향하는 시절이 종종 생기곤 한다. 그러다 썰물처럼 그 인기는 빠져나간다. 그는 이젠 대중 장사가 아니라 단골 장사를 해야 한다. 자신을 진짜 좋아하는 찐팬들과의 상호작용이 그 뒤를 따른다.
결국 유명세나 인기는 일순간의 현상인가.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도는 태생적으로 변덕스러울수밖에 없는 걸까. 그러나 긴 활동기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했다. 그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 파편적인 답이 몇 개 떠올랐다. 꾸준함, 초심? 그게 없이 롱런하는 사람은 없겠으나 그걸 한다고 인기가 보장되는 것 같진 않았다. 트렌드, 시류에 따라 유연한 태도? 그것 역시 답이 될 수 있으나 글쎄. 인기가 식어버린 사람들 중 일부는 열려있고 언제나 귀를 쫑긋 열어두고 있었다.
의문을 안고 하루를 보냈다. 오랜 저녁잠을 자다 일어나서 설거지를 하는데 답이 머릿속에 스쳤다.
"Originality"
오리지널리티다. 그 사람만이 낼 수 있고 그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어떤 무언가. 그 무언가는 시류에 맞추거나 노력한 것이 아니여야 한다. 그런데도 어떤 오리지널리티는 드물게도 많은 사람들의 선호와 취향과 주파수가 부합한다. 그건 어쩌면 Gift 재능이자 선물 같은 것이다.
어떤 유용한 정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공해도 그것은 대체된다. 시류와 트렌드에 맞춰 짜여진 답을 내는 건 언젠가 다른 그걸 더 잘하는사람들에게 뒤쳐진다. 그냥 그 사람 자체가 매력적이게 절대 다른 이를 찾을 수 없게 만드는 갈증은 오리지널리티에서 나온다. 그냥 그 사람의 자연스럽고 진정한 모습이 투영된 무언가. 근데 그게 미치도록 좋은 거다.
다른 이가 기획하고 다른 이가 창조한 작품을 그저 시연한 사람들은 쉽게 대체되곤 했다. 물론, 그 시연 자체가 격이 달라 그 자체가 오리지널리티가 되고, 그게 대중의 취향에 공감대를 일으키면 그것 역시 오리지널리티가 되긴 하지만. 오리지널리티엔 필연적으로 어떤 고민과 고통이 포함된다. 그 고통은 악플이나 예술가의 예민함과 불안정성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더 높은 수준과 탁월함을 이룩하기 위해 계속 되는 여정으로 향하게 만드는 갈등과 파괴, 즉 성장통을 의미한다.
자기 자신을 진정 사랑하지 못하고 자신과 오리지널리티를 의심하는 사람은 엄청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몰락하고 만다. 인기가 커질수록 자신에 관한 의심과 불안도 커지기 때문이다. 사람들과의 관심도나 인기에 상관없이 그저 만드는 게 좋아서 자기가 자기인게 좋아서 신나게 확신을 지니고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자들.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차서 오리지널리티를 마음껏 분출하는 사람들만이 계속 멋진 걸 만들고,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다.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하는 모두가 애석하게도 대중의 사랑을 받는 건 아니다. 예술 분야는 여타 다른 분야와는 달리 열심히 정진하고, 진실되게 자신의 색을 일관되게 드러낸다고 해서 성공이나 인정이 답보된 길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의 오리지널리티를 많은 이가 널리 좋아할만한 확률은 그리 높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언가를 시도하며 살아가려고 하는 예술과와 창작자는 가장 좋은 답이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작품에 녹이는 수 밖에 없다는 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먹고 살기 위해서 전략도 존재할 수 있고, 트렌드를 파악하고 시류를 맞추면 어느 정도의 성과는 낼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것은 그리 오래가진 못할 것이다. 곧 대체되고 말 것이다. 당신이 전략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었고, 거기에 당신의 오리지널리티가 없다면 다른 누군가도 할 수 있다.
그러니 대중의 취향에 부합하든 아니든 상관없이 오래 무언가를 할 작정이라면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냥 자기 자신이 되는 것. 그것이 어떤 성취나 성공을 답보하지 못한다고 해도 계속 해 나간다면 언제나 답은 자기자신이 되어 자기 자신의 색깔을 표현하는 법밖엔 남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자.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사랑하자. 내게 해주고 싶은 말.
예술가와 창작자에게 그들만의 개성, 그들만의 고유의 색이 없다면... 한 편으로는 좀 아쉬울 것 같아요.
작품속에 그/그녀 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녹여 넣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다양한 유혹... 때문에라도?), 묵묵히 그렇게 해 온 분들은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역사가 기억하며 세대를 넘어 꾸준하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리지널리티라는 답을 찾아내신 스텔라님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 👍
AI 기술이 발전되면서 형용하기 어려운 독특한 '매력'이 있는지 없는지가 잘 드러나게 된 세상 같아요.
개인적으로 AI를 이용해 쓴 글은 정보글이 아닌 이상 매력없게 느껴지거든요.
맞아요. 오리지널리티란 말을 썼지만, 사실 그것이 무엇이다라고 말하기조차 어려워요. 결국 자기자신이 되는 것 뿐인데 왜 이리 어려울까요? 하하하 -
뻔한 말 뻔한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요거트님께 제 의도가 전달 된 것 같아 기쁘고 힘이 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