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의 자정 일기: 생존 신고

시작을 찾지 못하는 것이라 여겼지만… 그 처음은 이미 알고 있다고 깨닫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거기에 귀차니즘과 게으름이 더해지고 필요나 이유 동기 등을 찾으려는 노력도 하기 전에 현실에 처한 여러 가지 일로 앓아누워버리는 상태가 되자 이거든 저거든 무엇이든 다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 아프면 안 된다고 버티는 정신은 나를 더 아프게 할 뿐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낯선 곳에서의 폭탄 맞은 집과 쌓인 일들이 내 목을 조르듯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사고 관련 일까지 도착하고 그 숨 막히는 끝도 보이지 않는 끔찍한 사고 관련 처리는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는 상황이다. (주말에는 아마 이 일로 또 숨이 막힐 것 같다.)

망할 책임감은 회사에서 매일 야근을 하게 하고 지쳐 집에 왔을 땐 그냥 쓰러지기 일쑤였다. 아무래도 휴가 가기 전까지는 계속 이럴 거 같다. 회사 문 닫는 시간에 맞춰서 눈치 없이 쓸 수 있는 휴가를 다 신청했고 승낙은 났지만 여간 눈치를 주는 게 아니다. 그렇다 보니 괜히 혹여 우리 팀이나 다른 팀에 피해가 갈까 봐 지금 완전 내 정신을 갈아 온 책임을 다하고 있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더 과하게 느끼는 책임감은 요즘 나를 낮에는 초인으로 만들어 일하게 하고 퇴근 후에는 방전을 넘어 그냥 모든 활동을 멈추게 하고 있다.

한번 포스팅을 멈추자 역시 염려했던 것처럼 다시 포스팅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음이 솔직한 상태다. 그냥 이렇게 올 한 해가 가는 건 아니길…

덧.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는 이사를 하고 이삿짐도 못 풀고 밀린 일 처리로 발등의 불을 끄느라 혼을 빼고 있습니다. 모두 환절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