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4-25 사회대전환 연대회의 한상균 대 권영국의 토론 관람 후기
사회대전환 연대회의에 선거인단으로 등록을 했다. 그래서 한상균과 권영국 양후보의 토론을 보았다.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날선 토론은 볼 수 없었다. 그저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머리가 복잡했다. 기대와 희망 그리고 그들이 가진 나름의 한계를 모두 느꼈다.
먼저 기대와 희망은 이번 토론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유라시아 경제권역으로의 확대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안보와 외교문제가 대통령 선거의 제1공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금처럼 지정학적 대격변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제까지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의 후보들 중에서 남북관계 발전과 유라시아 지역으로의 협력확대와 같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토론시간이 부족에 이런 문제에 대해 보다 폭넓은 토론을 듣기 어려웠으나 분명한 것은 한상균 권영국 양자 모두 국제정치적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한다는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었다. 필자는 그 한가지 점만으로도 한상균과 권영국이 이재명이나 한덕수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점으로는 한상균과 권역국이 노동자와 민중이 주인되는 정치를 말하면서도 한국 경제가 처한 한계를 상당히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주의와 주장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정책을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현실을 무시한 이상의 추구, 이상을 배제한 현실의 몰입과 같은 태도는 모두 부작용을 초래한다. 한덕수는 원래 그런 사람이라서 이상을 배제하고 현실만을 생각하는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최근 들어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은 점점 더 우경화되면서 보수반동의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재명의 방향이동을 전략을 위한 전술적 변화라고 본다면 그것은 큰 오판이다. 이재명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 잠시 대중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전략적 기조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대선에서의 공약 중 적어도 국가운영의 방향을 속여서는 안된다. 그것은 속이는 것이 아니라 전향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번 그쪽으로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이재명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들어서버렸다.
아쉬운 점은 서로 치열하게 입장차이를 밝히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양자 모두 서로간에 심각한 토론을 할 정도의 긴장관계가 형성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들 간에도 서로 입장이 다른 지점은 분명히 있고 그런 점에서 무엇이 옳고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를 분명하게 지적하고 지나가야 할 부분은 분명이 있다.
권영국은 내란세력 척결을 제1공약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런 말을 제1의 공약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누가 내란세력인가라는 규정부터 필요하다. 처음 계엄을 했을때 약 90%가 윤석열에 반대했다. 그 이후 시간이 가면서 거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윤석열을 지지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문제는 무엇이 상황을 이렇게 바꾸고 변화시켰나 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필요했는데 그런 점에 대해서는 제대로 정리가 되지 못한 것 같다. 그것은 전적으로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의 부적절한 대응방식 때문이었다.
양자 모두 그중에서도 권영국은 여전히 이재명에 대한 철저한 비판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노선투쟁은 정반대의 입장에 있는 세력과 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방향을 지향하는 것 같지만 추구하는 목표를 왜곡하는 방향으로 바꾸려고 하는 세력과의 투쟁이 노선투쟁이다. 노선투쟁은 권력투쟁으로 이어지는데 결국 같은 세력권안에서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어야 한다.
지금의 한상균과 권영국처럼 상대방이 추구하는 노선에 대한 날선 비판을 하지 못하면 안된다는 말이다.
권영국은 소수자와 불평등 문제를 언급했는데 여기에서 소수자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분명한 개념규정이 필요한 것 같았다. 여성과 노동자는 소수자가 아니라 다수이다. 현재 한국의 문제는 소수자가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다수가 차별받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과 노동자는 소수자가 아니라 다수자다. 다수가 차별받는 모순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하는 문제를 더욱 강조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특히 노동자 중에서도 비정규직을 포함하여 제대로 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다수이다. 한국이 다수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의 경우는 소수자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성소수자 문제는 그냥 소수자의 문제로 뭉뜽그려서 다룰 문제가 아니다. 그들에 대한 차별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소수자 문제가 정책의 중심에 서는 것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노동자를 소수자와 약자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인가하는 점에 대해서도 한상균과 권영국은 다루지 않았다. 필자는 지금 노동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들을 지금 당장 모두 없애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들로 인한 한국인 노동자들의 불평등이 확대되고 노동기회가 상실되는 것은 사실이다.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하는 것은 그들이 모두 자신의 나라에 있을때의 일이다. 지금 처럼 한국에 외국인 노동자가 수백만명씩 들어와 있으면 한국인 노동자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는 서로 상충될 수밖에 없다. 외국인 노동자가 소수자로소 차별을 받고 있는가 아니면 그들로 인해 한국인 노동자들이 역차별받고 노동의 기회마저 상실하고 있는가
이런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쟁과 문제의식을 보고 싶었는데 볼 수 없었고 들을 수 없었다. 노동현장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라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쉬웠다. 이런 점에 대해서는 좀 더 보완해서 본선에서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사회대전환으로 묶인 정치세력들의 문제는 이데올로기를 담당하는 사람, 즉 이론적으로 연구를 하고 방향을 잡아가는 사람들이 약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원래 진보운동은 이념적인 준비가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진보정당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이론을 담당하는 이데올로그들이 모두 타락했기 때문이다. 소위 한국 진보정당의 이론 전문가라고 했던 사람들은 모두 전향하여 더불어민주당으로 넘어가 버렸다. 그들은 진보정치운동을 파괴해버렸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유시민이라고 하겠다. 특히 주사파를 주창했던 자들은 모두 전향해버렸다. 현재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에 붙어 있는 진보당 같은 위성정당들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정치가 성공하려면 세력도 중요하지만 정교하고 현실성있는 이론적 준비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대선후보로 선출되든간에 이번에 대통령이 된다는 생각을 하고 달려들기를 바란다. 절실하지 않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정권장악이라는 목표가 아니라 교두보 확보한다는 정도의 생각은 버려야 한다.
권력은 그런 자세와 태도로 잡을 수 없다. 권력은 목숨을 걸어도 잡을까 말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