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3(목)역사단편312. 고대사의 이해를 위한 기초5, 천문지리(2)

in Avle 종교 철학 인문학12 days ago (edited)

동북아시아의 고대사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상식
그 네 번째 주제인 '천문天文'편을 보고있다.

지난 글에서는,
고대 중국인들이 별자리와 자신들의 영토를 대응시켜
'분야설分野說'이라는 것을 만들어 냈다고 소개했다.

후한(25~220년)시대 아니 정확하게는
서진시대인 3세기 말엽 역사서인
'후한서'의 지리지에 나타난 분야설을 접한 조선의 학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서구의 부르조아들이 만들어준 '민주주의'이념을 접한 한국사람들이
민주주의 지상낙원을 만들려고 몸부림치는 것 처럼
조선의 학자들은
'분야설'을 조선땅에 구현하기 위해 몸부림쳤다.

기록을 본다.

우리나라의 분야(分野)에 대해서 이전에는 분명하게 말한 것이 없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도 단지 〈평안도(平安道)〉에서만 덧붙여 논했을 뿐이다.
이제 의당 조사해 정해서 각 도마다 분명하게 기재하였다.
<출처: 수정 동국여지지 범례〔修正東國輿地志凡例〕>

또 《당서(唐書)》에서는
“천하에 있는 산과 강의 형상이 남계(南戒)와 북계(北戒)에 담겨 있다.”라고 하였고,
남북 두 하수(河水)의 형상과 은하수가 시작하고 끝나는 곳을 가지고서
그 분야를 연구하였다.
<출처: 수정 동국여지지 범례>

고대 중국의 수도를 중심으로
큰 강과 산을 경계로 하여 하늘의 별자리와 대응시키는 세계관이다.
내용을 계속 살펴보자.

다른 문장에서 또 말하기를
“북쪽경계(北戒)는
삼위산(三危山), 적석산(積石山)에서 시작해
종남산(終南山) 지맥의 북쪽을 등지고
'東及太華'
['동쪽으로 太華에 미치고]
하수를 넘어 뇌수산(雷首山)과 태항산(太行山)을 아우르며,
북쪽으로 상산(常山)의 오른쪽까지 이른후,
그로부터 동쪽의 요새를 따라서 예맥, 조선에까지 이르니,
이를 북기北紀(=북쪽의 벼리)라고 한다.” 하였다.
기수와 남두성은 서로 근접하여 '요수'의 북쪽이 되어
조선과 삼한(三韓) 지역을 다 포괄하니
오월(吳越) 지역의 동쪽에 있다.” 하였다.
<출처: 수정 동국여지지 범례>

몇 줄되지 않는 문장속에 고대사의 많은 비밀이 들어있다.

기록을 해석해보자.
한나라 북쪽의 경계가
일단 서쪽방향인 삼위산, 적석산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동쪽으로 태화(太華)에 이른다고 했는데
이 부분을 해석할때,
우리에게 익숙한 '태산'과 '화산'으로 접근하기 쉽다.
화산은 섬서성에 있고,
많이 들어본 태산은 현재의 산동성에 있으니 혼란을 일으키기 쉽다.
지도를 본다.

태화산.JPG

현재의 시안남쪽에 '태화산'이 있다.
태산과 화산이 아니라, 태화산이다.

본문을 계속 따라가본다.

황하를 건너(= 북쪽으로 건너), 뇌수산과 태행산을 아우르고
북쪽으로 상산(常山)의 오른쪽까지 이른후,
그로부터 동쪽으로 요새를 따라서 예맥, 조선에까지 이르니,
이를 북기(=북쪽의 벼리)라고 한다.

예맥과 조선이라는 지명이 나왔다.
이 부분을 읽은 조선의 학자들은
아무의심없이 한나라의 북쪽경계를
<17세기의 조선>으로 연장시켰다.

뇌수산과, 태행산은 어디인가?
조선의 학자들은 어디인지 몰랐다.
상산이 어디인지도 몰랐다.
중국인들도 몰랐던(?) 한나라 북방의 경계를
멋대로 1, 000km나 확장시켜 준 것이다.

진실은 뭘까?

한나라북쪽경계.JPG

(1) 동쪽으로 태화(太華)의 태화산
(2) 청색선이 황하
(3) 뇌수산과 태행산을 아우르고
(4) 북쪽으로 상산(常山: 치현祁县 진중시 산서성)
(5) 동쪽으로 요새를 따라서 예맥, 조선에까지 이르니

설명대로라면
상산에서 동쪽으로 이어진 요새가
한나라의 북쪽 경계였다는 이야기다.
조선과 예맥이 지도속의 3번 근처에 있었다는 기록이다.
그곳은 산서성 <阳泉市양천시> 일대의 동쪽과 북쪽이다.

산서성박물관의 지도를 본다.

산서성오환.JPG
< 출처: 후한말 서진시기 산서성 소수민족 분포도>

오른쪽 형광펜으로 표시한 '오환선비'의 영역이다.

오늘날 한국의 사학자들이
일본과 중국의 사학계가 주장하는 것들을 알아서 받아먹는것처럼
조선의 학자들은 자청해서 지나족의 영토를 늘려주고
우리의 고대강역을 버린 것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글에서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