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2] SHIBUYA 시부야, 예술과 실험 정신 탐험하기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6 days ago (edited)



예술과 실험 정신 탐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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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buya, Tokyo,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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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어쩌다 보니 10월이 될 때까지 휴가를 쓰지 않았다. '바로 이때다!' 싶은 날이 생길 것 같아 계속 미루어둔 것이다. 그러다 12월에 황금 카드를 쓸 날이 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휴가를 아껴두었던 게 운명이었을지도.

연인은 유급 휴가를 받아 일본을 자전거로 여행 중이었다. 나도 잠시 여행에 합류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그가 MUTEK에 대해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음향, 음악, 시청각 예술 분야 등 다양한 디지털 창작 활동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 몬트리올, 샌프란시스코, 멕시코시티, 부에노스 아이레스, 바르셀로나, 도쿄 등의 도시에서 매년 5~6일간 열리는 음악 예술 축제다. 그 해 개최지가 도쿄였다. 그 전까지 한번도 어떤 행사가 내 여행의 메인 이벤트가 된 적은 없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도 아니고,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아티스트를 만나러 가는 것은 더더욱. 고민 끝에 금요일과 월요일을 휴가로 붙여서 틈새 휴가를 계획했다. 항공권과 함께 금요일 - 토요일 티켓을 얼리버드로 구입했다. 두 달이 지난 12월, 우리는 도쿄에서 만났다.

이른 아침에 출근하듯 공항으로 향했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의 인파 속에 서 있던 연인은 나와 같은 브랜드의 카메라를 목에 걸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간단한 점심을 먹고, 목적지는 공연장 한 곳으로만 정해둔 채 주변 골목을 탐색했다. 이틀 동안 10편의 공연과 16명의 아티스트를 만났다. 하루 5시간씩 스탠딩으로 모든 공연을 관람했다. 앰비언트로 시작해 하드코어 테크노까지, 전자 음악과 비주얼 아트가 어우러지는 예술 실험의 장이었다. 뮤텍의 관객들은 이곳에서 마주칠지도 모르는 모든 불편을 감수할 의지가 있었고, 뮤텍은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색을 마음껏 풀어낼 수 있도록 공간과 시간을 마련했다. 어떠한 영역에서도 경계와 한계는 무의미하다는 메시지가 내 안에 자라 있었다. 나도 그렇게 살아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텀블러에 사케와 탄산수를 섞어 우리만의 하이볼을 마시며 공연을 즐겼다. 텀블러 입구로 쉴 새 없이 가스가 뿜어져 나와 지나가던 사람들과 함께 낄낄 웃기도 했다. 뒷골목을 돌아다니다 하이팝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운영하는 옷가게에서 갑자기 화보 촬영(?)도 하고 그들의 공연에 초대 받았던 순간들, 에어비앤비 숙소 근처에 있던 후글렌 카페에서 아침을 열었던 카푸치노, 누자베스의 동생이 운영하는 우사기에서 먹었던 탄탄멘과 트러플 차슈, 독립서점 Shibuya Publishing & Booksellers(SPBS)에서 마주친 서적과 문구들, 12월이었지만 늦가을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요요기 공원도 함께 마음에 담고 왔다. 활기가 꺼지지 않으면서도 평온한 자연 풍경이 공존하던 시부야의 에너지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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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days ago 

MUTEK! 이런 축제가 있군요. 묘사하신 글만 봐도 가슴이 설레요 >_<
전 우연히 마주치는 우주의 선물을 참 좋아하거든요.

 6 days ago 

그런 묘미로 살아요. :) 이런 부분이 맞는 파트너라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함께 선물 같이 살아가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