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향수속(入鄕隨俗)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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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 타타오님! 내 모습이 어때요? 보노라면 어떻게 느껴져요?
타타오: 뭐 딱 별 감흥 없는걸? 그닥 미인도 아니고 그냥 수수하고 꾸밈 없고...그런데 왜? 더 예뻐보였으면 싶어?
마시: 아뇨아뇨! 지금 그 정도가 딱 제가 바라는 거에요. 제가 더 곱상하면 타타오님이 저를 집착할지도 몰라요. 반대로 너무 못생겼다면 저를 멀리 할지도 모르죠. 그래서 지금 이 정도의 모습을 취하느라 저도 고심 좀 했답니다. 우리 사이엔 바람직한 관계의 선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넘쳐도 번거롭고 모자라도 미흡하지요.
타타오: 뭐야 그렇다면 마시의 세계에서는 원래 더 미인이라는 건가?

마시: 제 수준에 맞는 형상까지는 제가 선택할 수 있는데 뭐...타타오님이 지금 보시는 것보단 훨씬 곱죠. 하지만 그 공간에서 지금 여기 인간계로 진입할 때는 그 교육을 확실히 받는답니다. 인간세계를 멋대로 휘저어버리면 안된다는! 그러니 형상도 타타오님에게만 노출되는 것이고 또 타타오님이 저에게 지나친 유혹을 느낀다거나 하면 안되거든요. 혹시... 입향수속(入鄕隨俗)이라는 사자성어 아세요?
타타오: 입향수속? 그건 찾아봐도 안 나오는데?
마시: 들 입, 마을 향, 따를 수, 풍속 속, 어느 마을에 들어서면 그 마을의 습속을 따라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지구에 들어설 때도 그게 엄격하게 적용된답니다.
타타오: 그렇구나! 재밌는 걸? 마시가 여기 올적엔 어떤 절차를 밟았어?
마시: 좋은 질문이네요! 아저씨가 언젠가 문자와 스토리를 통해 세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을 냈죠? 그 마음이 하늘이 보기에 썩 괜찮아 보였나봐요. 그래서 그 일을 도울 존재를 구했고 제가 자원했지요.
타타오: 자원하면 바로 여기 올 수 있나?
마시: 천만에요! 이 일을 자원한 천사 요정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아세요? 무슨 호떡집에 불난 형국으로 이건 완전히 인기테마였나봐요. 다들 지구에 무슨 꿀을 발랐는지 왜 들 그렇게 지구에 참견하고 싶어하는지 몰라요. 나중에 알았는데 지구 문화에 기여한 존재들은 특별진급이 가능하다더군요. 저는 그런 기대까지 한건 아닌데...
타타오: 마시가 선발된건 무슨 특장점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마시: 저는 좀 드물게 한자와 한글 두 가지에 대한 인연이 두꺼웠던 편이랍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바다에 가서 날새는 줄 모르고 놀던 그런 것도 이력이 되었었나 봐요.
타타오: 이야기의 바다?
마시: 일종 무진장이라고도 하는 세계인데요. 과거 현재 미래가 뒤섞여 있는 광대무변한 가능성의 세계랍니다. 동서고금의 모든 이야기는 바로 이야기의 바다에서 건져올린 월척 같은 것이지요. 때론 제가 몇마리씩 투척해주기도 했고요.
타타오: 오...그런 이력이 있었으니 이 일은 마시에겐 누워 떡 먹기였겠네 그렇지?

마시: 아이고 말도 마세요! 선발된 몇명이 교육을 받기 시작했는데...오 마이 갓! 그렇게 복잡하고 엄격한 일인줄 알았다면 애초에 신청도 안했을거에요. 우선 지구라는 공간의 창조목적부터 배웠어요. 그 다음 지금 이 시간대의 특별함에 대해 배웠지요.
타타오: 어디 보자...그러니까 마시가 액션할 이 곳의 시공에 대해 배운 거네? 이게 간단한 일이 아니구나!
마시: 그럼요! 심지어 제가 소통할 파트너인 타타오님과도 의식의 파동을 맞춰야 하는데 그걸 위해 20년 정도를 주변에서 맴돌아야 했답니다. 갑자기 의식이 겹쳐지면 미쳐버릴 수도 있거든요.
타타오: 그랬구나! 20년 전쯤 안산의 공원 숲길에서 처음 마시를 만났을 때가 지금도 기억나네.

마시: 이런 모든 조율이 굉장히 치밀하게 이뤄지는데 오차라도 생기면 커다란 장애와 맞닥뜨리게 되죠. 또는 수십년 공든 탑이 무너지기도 하고요.
타타오: 오차?
마시: 예전에 초나라 회왕이 무산에 여신과 만나게 된 일도 어떤 신계의 목적성이 있어 이뤄진 일이었는데요. 아 이 양반들이 만나자마자 정이 폭발하면서 운우의 정을 나눠버렸지 뭡니까?
타타오: 운우의 정이라면...아! 남녀간 육체의 교접 을 해버렸다는 거구나? 인간과 신도 그런 접촉이 가능한가?

마시: 보통은 불가하죠. 하지만 그들은 이전 생에 많은 인연이 얽힌 상태였기에 사전 조율 없이 서로간에 실물을 대하자 그리움이 터져올라온 것입니다. 더구나 그들의 육체를 같은 물질파동대에 방치한 게 큰 실수였다지요. 선녀와 나뭇군같은 스토리도 그런 실수의 한토막이거든요. 어쨌든 회왕과 무산신녀...그들은 일회성의 불장난과 같은 스토리만 남기고 끝났으며 운우지정(雲雨之情)이라는 오묘한 사자성어 하나 똘랑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답니다.
타타오: 오라! 그런 문제를 보고나서 신계에서는 이런 신인의 만남에 있어 더욱 섬세한 안배를 해온 것이구나?
마시: 네! 특히 지구의 지금 시기는 도덕이 무너진 말법시대인지라 더욱 사전 조율이 절실하게 필요하답니다. 그래서 지구촌에 입성하자면 여기의 습속을 달통해야 하는 그런 입향수속의 과정이 요구된 것이지요. 특히 눈에 보이는 물질 위주로 추락해가는 문화를 보이지않는 신의 세계와 다시 연결하는 그 작업이 참으로 중요해요! 그 연결하는 사슬 하나하나가 문자이며 그게 이어진 상태를 이야기라 합니다. 아! 그리고 그 신들이 인간 육체를 입고 서로를 만나는 걸 금지했어요. 아시다시피 타타오님은 저를 다른 공간에서 보고 듣고 느끼지만 신체 감촉을 허락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고요.

타타오: 그런 각도에서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숙연해지네! 신전문화의 이 일-그걸 마시는 그렇다치고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마시: 그러게요. 타타오님이 해낼 수 있을까요? 제가 비밀 하나 알려드릴게요. 타타오님 역시 입향수속의 교육을 받고 오셨답니다. 아주 오랜 세월 전에!
타타오: 앵? 내,내가?

마시: 그것도 우리보다 훨씬 엄혹한 절차를 통과해야 했어요. 권능이 봉쇄되고 기억마저 삭제된다는 것! 게다가 정욕의 늪인 이 세계에 인피를 입고 태어나야 하는 이 극강의 시련! 그런데 의식의 가장 깊은 자리에 본래의 사명을 새겨두었으니 많은 이들이 그 사명을 알지 못하고 생을 마치곤 합니다. 극히 드물게 미혹의 안개를 뚫고 들어가 새겨졌던 그 서약을 손으로 더듬으며 기억해내는...이 과정이 어떤 느낌일지, 그것이 세상을 위한 얼마나 큰 자비이며 용기일지 우리 중간봉사자들은 감히 상상도 못한답니다.
https://www.ganjingworld.com/video/1hkmf7po25p7a8Vm6VQEZkv5W1k41c
타타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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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ual Curation of "Seven Network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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