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인 줄 아시기 바랍니다.

in #zzan8 hours ago

신발을 샀다.
그저께 이야기다.

그제 오후, 그러니까 7일 날 오후이다.
오후 운동을 아내와 같이 나갔다.
그런데 신발이 너무 많이 낡어서 걸음이 삐뚤어질 지경이 되었다.
더 이상은 아니다 싶어서 결판을 낼 셈으로 신발가게로 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갔다.
좀 마음에 안 들어도 발에 맞으면 사야지 하는 마음으로 갔다.

첫 번째 신발 가게에 들렀다.
역시나였다, 없다.

두 번째 신발 가게에 들렀다.
그곳에도 내 발에 맞는 신발은 없다.
그런데 생각하니 장날이다.
청평 오일장은 2일 7일이다.
그래서 장으로 달려갔다.

장터에 도착하여 둘러보니 장터 중간쯤에 진열해 놓은 신발이 보였다.
조금은 기대를 하며 가게 주인에게 말했다.
285미리나 290미리 운동화 볼 넓은 거 있냐고 찾으니 단칼에 없단다.
그 정도 크기는 미리 주문해야 가지고 온단다.
그리고 한다는 이야기가 좀 적어도 신으면 늘어나서 괜찮다고 한다.
그 말에 속으로 당신이나 괜찮으세요라며 다시 둘러보았으나 신발 장사는 없다.

아내에게 마석으로 가자며 이야기를 하니 옷도 운동하려 이렇게 입고 나왔는데 어딜 가냐며 불편해한다.
그래도 거듭 부탁을 했다, 발이 불편해서 오늘은 신발을 사러 가야겠다고...

전철을 탔다.
오늘은 운 좋게 발에 맞는 신발을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갔다.
대성리를 지나 다음이 마석 역 마석쯤에 다가설 때 우리 평내로 갈까 하니 그러자고 한다.
평내 역에서 내려 도로변 상가를 둘러보다 마땅치 않아서 최종 목적지인 이마트 평내점으로 갔다.

이마트에서도 없으면 오늘도 꽝이다.
3층에서 둘러보니 한 군데 있는데 나와는 거리가 멀다.
일전에 여행용 가방을 산 곳에서 점원에게 운동화 파는 곳이 어디냐고 하니 2층으로 가란다.

2층에는 스포츠 용품 메이커 점포가 몇 개 있다.
제일 먼저 나이키에 들려 285미리 볼 넓은 운동화 있냐고 하니 나이키는 모델 자체가 볼 넓은 디자인이 없다며 옆에 아디다스로 가란다.
아디다스매장을 둘러보고 이런 신발을 찾습니다 하니 찾는 것은 없고 이런 것이 있다며 가져다주고 신어보란다.

종업원에 말대로 신어 보니 발이 꼭 끼는 느낌이다.
안 되겠는지 창고에 290미리가 있다며 가져다주는데 신어보니 현재 신고 있는 신발이 너무 달아서 불편했는데 새신이라 그런대로 신을만하다는 생각도 조금 들기는 했으나 아니었다.
그래서 둘러보고 마음에 맞는 게 없으면 또 올게요라며 말하고는 다른 점포를 몇 군데 더 들렸다.

신발 가게 마지막이지 싶은 느낌에 들어선 곳에서 이야기를 하니 찾는 게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290미리 신발을 몇 개 가져와서는 신어 보란다.
볼이 넓어 보여 신어보니 290은 좀 커 보인다.
볼이 적은 것은 290이 꽉 차가 들어가고 신발 코만 여유가 있는데 볼이 넓으니 여유가 있어 보인다.

이를 보더니 285가 있다며 창고에 가서 가져온 것이 검정 운동화이다.
신어보니 발도 편하고 290미리 신발보다 예뻐 보인다.
그러나 신발 색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른 색이 있냐고 하니 흰색이 하나 더 있단다.

검정이나 흰색은 별로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건 발에 맞아야 한다.
하여 검정 신발을 사기로 하고 결재를 하려는데 아내가 있을 때 하나 더 사가자고 한다.

검정신은 운동할 때 신고 흰 신은 외출할 때 신으면 어떻냐며 아예 두 개를 사자고 한다.
신발 때문에 신경 쓰이는 것을 생각하면 그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라 아예 두 개를 시가지고 왔다.
한 가지 좋은 건 밑창을 보여주며 여기까지 달기 전에 가져오면 AS를 해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신발을 두 개를 한꺼번에 샀다.
신어보니 발이 편해서 좋다.
발이 크고 볼까지 넓은 사람은 발에 맞는 신발을 만나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신발 사이즈가 275미리 이하면 마음대로 골라 살 수 있는 신발이 천지인데 280미리가 넘어가며 볼 넓은 신발을 찾으면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발이 적당히 작아 보이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발이 크면 좋은 점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발이 적당히 작아 275미리 이하 신발만 마음 놓고 신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늘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지금은 큰 신발도 품이 들어 그렇지 찾으면 이번처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청계천 나가서 미군들 신발 사서 신던지 아니면 발가락을 오므리고 다녀야 했던 그런 기억이 참 많다.

지금은 아주 살기 좋은 세월인 것은 분명하다.
덤으로 이야기하면 우리 큰 아들은 300미리가 넘는 신발을 신는데 이태원을 가던지 아니면 외국에 가면 신발 가게부터 들려 몇 개를 사서 가지고 온다고 한다.
몇 년 전에도 가족끼리 괌으로 여행을 갔는데 신발 가게부터 들리는 거 보고 이해가 되었다.
이렇듯이 신발 사는 게 큰일이 되는 사람도 세상에는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대로 멋진 신발 신을 수 있는 분들 행복인 줄 아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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