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바람에 눈까지...
꽃구경 하겠다고 나섰다.
창 밖으로 내다본 날씨는 그런대로 좋아 보였다.
그러나 웬걸, 비가 뚝뚝 떨어지는 걸 보게 된다.
우산을 집어 들고 나섰다.
바람이 분다.
그것도 세차게 분다.
펼쳐 쓴 우산을 잡고 있기가 힘들 정도로 바람이 분다.
그래도 나선 걸음이니 걸었다.
다행이라면 비바람이 거세도 이제 막 활짝 피기 시작한 꽃이라 염려하는 것처럼 그렇게 많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너무 춥다.
무는 바람이 너무 차다 싶어 오후에 다시 나오자 하는 생각으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시야에 뭔가 보이는데 아니겠지 하고 봤다.
아니기는, 아닌 게 아니었다.
강가에 길에 늘어서 핀 벚꽃 너머로 큰 산이 보인다.
하얀 눈이 쌓인 화야산 정상부위에 꽃이라도 핀 듯 하얗게 보인다.
올봄 날씨 참 기괴하다.
오늘이 4월 13일인데 눈이 내린다.
동태가 되기 전에 서둘러 집으로 들어와 불편한 마음을 달래려 이것저것 먹었다.
점심시간이 되려면 한참 남았지만 먹기 시작한 입은 마구 먹어댔고 배가 불러오니 노곤했다.
소파에 누워 티브이를 켜고 보다 스스를 감기는 눈에 그냥 잠이나 자자 하고는 티브이도 끄고 잤다.
중간에 꿈결인지 뭔지 한번 깨긴 한 거 같기도 한 거 같은데 그냥 잤다.
일어나 보니 2시가 살짝 넘었다.
그럼 세 시간쯤을 잤다는 것이다.
정신을 차리려 화장실을 다녀오고 커피 한잔을 타서 컴 앞에 앉았다.
블라인드를 손가락으로 살짝 벌려 보니 날씨 아침보다도 못한 날씨다.
아침에는 간간이 햇살이 보여, 어 날씨 괜찮네 하고 나섰던 것인데 지금은 비에 바람에 먼지까지 뒤섞인 거 같은 한마디로 뭣 같은 날씨다.
봄 날씨 치고는 고약한 심술쟁이를 만나고 같다.
날씨에도 가당치 않은 심술쟁이, 그놈 같이 태연한 듯 못된 짓을 하는 놈이 있는듯하다.
오는 봄이, 이미 온 봄도 괴롭히는 모양이 그놈이랑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봄을 엎어버리고 겨울로는 끌고 가지 못하리라.
봄은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서 피어나고 있다.
그 어떤 시련도 인내하여 견뎌낼 봄은 이마 와있는 것이다.
피는 꽃을 떨군다 하여 봄은 굴복하지 않으리라.
시련받아도 굴복하지 않는 모습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 눈물이 글썽 거린다.
바람 때문인지는 모르나 그랬다.
이참에 걸려온 전화, 막내다.
형! 여기 눈이 오네 한다.
그래 그러니 이곳 주병 큰 산에는 눈이 하얗게 쌓였다.
건광 관리 잘해라, 그게 효도고 우애다, 했다.
알아들었다고, 알았어 형! 하는데 복잡한 감정이 인다.
병원 침대에 누워계신 아버지 어머니 모습이 뿌옇게 된 시야에 떠오른다.
어머니 아버지의 봄은 이미 없는 건가 싶다.
이봄 받아 드려야 할게 경험하여야 할 게 많구나 싶다.
봄이 맞기는 하는데 하는 생각에 울컥 울고 싶어진다.
늙어 가는 징조 이런 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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