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래 맛에 풍덩 빠지신 어머니

in #zzan2 days ago

입맛을 잃고 다 싫다 하시던 어머니가 다래 맛에 흠뻑 빠지셨다.
혹시나 이건 드실까 싶어 드렸는데 싫다고 하시더니 입에 넣고 맛을 보시더니 다래네 하시면서 반색을 하시는 것이다.
다래 아시겠어요, 어머니가 옛날에 가을누에 칠 때면 산뽕 따러 다니셨는데 그때 곡 다래 머루를 따다가 주셨지요.
그러면 무척 맛있게 먹었는데 기억나세요 하고 물었더니 난 모르겠는데 하신다.

어머니가 산뽕 따러 가시면 머루 다래 먹을 요량으로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가 그때 생각을 하면서 어머니 입에 다래를 넣어 드리고 흐뭇해한다.
흐뭇해하는 이유는 어머니가 다래 맛을 아셨고, 이거 어디서 딴 거야 라며 맛있게 드시면서 이거 딱딱하면 항아리에 넣어두면 말랑해지고 맛있어진다며 그렇게 하라고 하신다.
그런 말씀에 옛날 생각이 와락 달려든다.
다래를 따오시면 말랑한 것은 먹으라고 주시고 딱딱한 것은 항아리에 넣어 두셨다.
그러면 그걸 몰래 가서 꺼내 먹곤 했는데 덜 익은 건 딱딱하기도 하지만 떫어서 맛도 없다.
그리고 떫은 다래를 많이 먹으면 혓바닥도 갈라지곤 했다.

그래서 항아리레 손을 넣어 만져보면서 말랑한 걸 찾아서 몰래 먹던 일들이 생가 난다.
그래 그런가 오늘 새벽에 4시쯤 시원한 거 달리시기에 냉장고에서 요구르트를 꺼내다 빨대로 드시게 하고는 스마트 폰으로 옛날이야기를 틀어 드리고 다시 자려고 누웠는데 어제저녁에 맛있게 다래를 드시던 모습이 선하게 보여 도로 일어나 다래가 있는 곳으로 가서 말랑한 거를 두 개 찾아서 가져와 드렸다.
그런데 어제저녁에도 그랬지만 얼마나 맛있게 드시는지 그 모습을 보니 우리 어머니 우리 어머니 하는 노래가 절로 나왔다.
이렇게 맛나게 드시니 정말 기쁘다.

더욱 재미있는 건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며느리가 따온 거 아들이 다 훔쳐다 엄마 주면 들키지 않을까 말하시면서 웃으시는데 그 천진한 웃는 모습이라니
이 세상의 늙은 천사의 미소가 있다면 우리 어머니의 미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다래 네댓 알 드시고는 만족한 표정으로 웃으시니 나도 덜 달아 좋아서 노래가 절로 나오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았으면 오늘 아침 식사를 하면서 여보 그 다래 더솜 있나 알아봐 바 있으면 더봄 가지고 와봐 한 것이다.

다래는 아내가 친구네 집에서 얻어 온 것이다.
다래나무를 심은 친구가 다래를 땄다고 하며 보여 주기에 우리 어머니 드려 보게 줘봐 했더니 한 사발 정도를 봉지에 담아주어 가지고 온 것이다.
이렇게 좋아하실 거란 생각 없이 말이다.

그런데 그걸 이렇게 좋아하시니 혹시 더 있나 알아보라고 했던 것인데 전화를 하니 마지막으로 딴 게 조금 있다며 오라고 해서 아침상 물리기 바쁘게 갔다 왔다.
그래서 지금도 몇 알 갖다 드렸다.
다른 건 뭐야 뭐야 하시면서 검문하듯 만지고는 안 먹어하시는데 다래는 아주 행복한 모습으로 드시는 것이다.
기분이 좋으시니 목소리는 잘 안 나와도 아리랑을 부르시는데 이젠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기분이 좋으니 흥얼흥얼 하시니 나도 덩달아 좋다.

어머니가 다래 맛에 흠뻑 빠지신 것은 내 보기에 향수가 깃들어 있는 그런 과일이라 그렇다고 생각된다.
토종 과일, 그 당시만 해도 키우지 않아도 산에 가면 지천이었던 다래 배고플 때 따 먹으면 그 달콤함이란 천국 과일맛이 이럴까 싶던 그 다래이기에 어머니에 기억 속에 그 맛과 향수기 있어 더욱 좋아하시는 거 같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런 경험을 하는 때가 있으니 어머니는 더욱 그럴 거 같다고 생각이 된다.
오늘 점심도 다른 건 안 드시고 다래 네댓 알에 배부르시다고 하니 안드리기도 그렇고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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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emzzang, This is such a touching and heartwarming post! The way you describe your mother's rediscovery of the taste of darae (Korean wild grapes) and the memories it evokes is beautiful. It's amazing how a simple fruit can unlock such vivid recollections and bring so much joy.

I especially loved the part about her playfully suggesting your wife might have stolen them! It paints such a sweet picture of her youthful spirit. It's clear how much you cherish these moments with your mother, and your writing truly captures the love and nostalgia.

Thank you for sharing this tender slice of life. It’s a reminder to appreciate those small, meaningful moments and the power of simple things. I'm sure many readers can relate to this beautiful connection to family and the past through food. It reminds me of my childhood.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