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듯 쏟아지는 땀
오늘 아침에도 밭엘 갔다.
딱히 급하게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라 평소보다 좀 늦은 여섯 시가 훨씬 넘어서 갔다.
그러나 일이란 게, 특히 농사일이라는 게 안 하려면 없는 것이고 하려 들면 수도 없이 나타 느는 게 일이다.
오늘은 뭘 할까 하다 뿌듯한 마음으로 밭을 한 바퀴 둘러보고 비닐하우스 안을 정리 하기로 마음먹었다.
한꺼번에 하는 게 아니라 일단 오늘은 검불을 걷어다 퇴비장에 버리는 일을 하고 내일부터는 조금씩 평탄 작업을 하여 뭘 하던 편히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지 생각했다.
하우스를 지난겨울에 든든하게 잘 지었다.
그러나 아직 사용을 하지 않고 기껏 해요 연장이나 들여놓고 고구마 순 뿌리를 살짝 내린 거밖에 없다.
하우스 역시 돌 투성이에 고르지 않은 잡초가 무성 한했던 곳에 지은 것이라 제대로 사용하려면 손이 많이 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이왕 돈 들여지은 것이니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우선 첫 번째 작업으로 먼저번에 예초기로 베어 놓은 잡초 덤불을 치우는 것으로 잡았다.
한참 하다 보니 땀이 흥건하다.
이른 아침이라지만 땀은 비 오듯 한다.
이 많은 땀들이 어디서 이리 나오는지 신기할 정도다.
한편 그다지 엄청난 힘을 쓰거나 강도 높은 작업이 아닌데도 땀이 철철 흐르니 너무 거저먹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었다.
왜냐 하면 뭐든 열심히 많이 해야 흘릴 수 있는 것이 땀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업량에 비해서 운동량에 비해서 많은 땀을 흘리니 이건 공짜로 먹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일은 손톱만큼 하고 남보기에는 태산이라도 옮긴 줄 알게 땀을 흘리니 이건 불공평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땀이 반드시 노동의 대가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약간의 아이러니를 잠깐동안 느꼈다고 할까.
매일 밭 이야기를 하면서 사진이 없다.
일하다 보면 사진 찍는 것도 잊어 그렇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오다 보면, 아! 사진 좀 찍어 올걸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오늘은 너무 공짜로 먹는 거 같은 땀이라 사진을 찍어 봤다.
주인공이 아닌 연출자인 내가 주인공인양 찍었다.
배경을 설면하면 이렇다.
제일 뒤편에 보이는 산이 호명산이다.
호명산 정상이 내 얼굴에 가려졌다.
호명산은 해발 632미터의 산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양수발전소를 건설하여 품은 곳으로 매우 유명한 산이다.
양수 발전소를 위해 만들어진 호수는 백두산 천지를 닮았고 우리나라 국토의 정 중앙이 이기도 하다.
이 발전소는 대한민국 최초로 건설된 양수식으로 1975년 9월 지하발전소를 착공하여, 1979년 10월 제1호기의 설치완료와 1980년 11월 제2호기의 완공으로 설비용량 40만㎾의 발전소가 준공되었다.
이 발전소는 청평발전소의 저수지를 하부저수지로 이용하고, 높이 535m의 위치하는 호명산 고지대에 저수용량 267만㎥의 상부저수지를 인공적으로 만들었다.
원래 목적은 전력수요가 적은 심야 및 휴일에 하부저수지의 물을 상부저수지에 올려 저장하였다가 전력수요가 많은 낮 시간대에 발전을 한다는 단순한 목적이었는데 산업이 발전하다 보니 지금은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그 효과가 좋은지라 청평 양수 발전소 이후 전국에 7곳에서 건설되어 운영 중이며 현재 건설 중이거나 예정된 곳이 5곳이 더 있다.
여하튼 호명산은 명산으로 손꼽히는 산이다.
호명산 이야기가 배경 설명으로는 너무 길었다.
호명산 아래 보이는 마을이 마지기 마을이고 마을 앞에 보이는 게 내 놀이터 밭이다.
뒤편으로 옥수수가 보인다.
지금 현재 옥수수 꽃인 개꼬리가 피어나는 중이다.
오늘 보니 거의 대부분이 옥수수 수꽃이 피기 시작하고 있다.
웃거름을 그제 주었는데 잘 준 거 같다.
옥수수 앞쪽으로 비닐 멀칭은 대부분이 들깨이고 콩과 팥이 조금 있고 고구마도 두 두둑 심겨 있다.
밀림처럼 된 옥수수도 기특하지만 어린 들깻모를 심은 것이 생긋하게 웃고 있는 것을 보면 아주 기특해죽겠다.
너무 예뻐 쓰다듬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거름을 주자고 하니 아내는 안된다고 펄쩍 뛴다. 거름을 줘도 뿌리 완전히 내리고 조금 컷을 때 주어야지 지금 주면 안 된다나, 나는 지금 주면 그냥 우량아로 쑥 자라 올라올 거 같은데 아닌가 보다.
일은 조금 하고 땀은 옷이 흥건하게 적셨으니 오늘 너무나 공짜로 먹은 거 같다.
땀 흘려 일하여 보람을 찾아야 한다는데 난 오늘 땀은 흘리고 일은 조금 하고 그렇다면 보람은 가져가면 안 되는데 그 보람 같은 뿌듯함을 도둑질 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저나 농사는 짓는 거도 중요 하지만 수확이 중요하다.
수확보다 더 중요한 게 잘 소비하는 것이다.
이제 그게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옥수수 밭을 보면 옥수수 장사라도 나서야 할판인데 내 마음은 그건 아니다.
농사를 업으로 생각하지 않았기에 자급자족에 좀 많다 싶으면 주변 지인들과 나눔 하면 그것으로 족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는 옥수수를 심어도 너무 많이 심었다.
그러니 미리 걱정하는 것도 지나친 것은 아닐 듯싶은데 이럴 때는 그저 집사람 의견을 들어 보는 게 좋을 거 같다.
나는 땀 흘린 것으로 충분히 행복했으니 아내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그리 해야 할 것이다.
설마 하니 어디 짊어지고 가서 팔아오라고는 하지 않겠지, 그러기만 해 봐라 그냥 옥수수 잔뜩 짊어지고 도망갈 거다.
ㅎㅎㅎ
누구 말처럼 날마다 좋은 날이다.
설령 머리 복잡하고 귀찮거나 곤란한 일이 있더라도 좋은 날이다.
인생 뭐 있나, 오늘이 즐거우면 내일도 즐거울 터 그러니 즐거운 척 좋은 척이라도 하는 게 인생 잘 사는 거지 싶다.
그러다 보면 정말 모두가 좋은 날 오지 않겠나 싶다.
스티미언 여러분 오늘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5/07/08
천운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This post has been upvoted by @italygame witness curation trail
If you like our work and want to support us, please consider to approve our witness
Come and visit Italy Community
@cjsdns, your post is a delightful slice of rural Korean life! I love how you've captured the essence of farming – the hard work, the unexpected sweat, and the philosophical musings that arise amidst the greenery. The image perfectly complements your narrative, showcasing the beautiful 호명산 and your lush 마지기 마을.
Your humorous take on "earning" your sweat had me chuckling, and I admire your down-to-earth approach to farming: aiming for self-sufficiency and sharing the bounty with friends. The looming question of what to do with all that corn is relatable! Maybe a corn-themed party is in order? 😉
Thanks for sharing your peaceful, productive morning with us. It's a breath of fresh air! Steemit appreciates content like yours. Keep up the great work, 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