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살다 보면 상황에 따라 사람의 생각이 바뀔 수 있다.
바뀌는 이유는 그간에 가지고 있던 생각에 오류가 있다고 생각해야 바뀌는 것인데 오류가 있다는 걸 알기도 어렵고 설령 안다고 해도 바꾸어 가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잘못 알았다면 바꾸는 게 변할 수 있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오죽하면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지 않던가.

나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열심히 살면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 와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열심히 하는 게 능사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열심히는 기본이고, 열심히 앞에 세워야 하는 게 "잘" 혹은 "올바르게"이다.
잘못된 것을 열심히 해야 헛고생이고 결국은 아니한 만 못한 것이 된다.
서울을 가랬더니 방향을 잘못 잡아서 부산 쪽으로 가는데 그 사람이 열심히 가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때는 아예 가지 않은 것만도 못할 수 있다.

같은 일을 해도 그렇다.
제품을 만드는데 열심히 한다고 죽어라 일을 했는 게 그게 다 불량품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여기서 잘은 물건이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오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확인을 하고 이상이 없을 때 열심히 만들어 내어야지 그런 확인 없이 열심히 만들었는데 하자가 있는 물건이면 한두 가지에서 손해를 보는 게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내 삶을 돌이켜 보면 잘못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로 인하여 피해도 많이 보았고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그러나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되었다.
그렇다면 앞으로라도 잘해야 하는데 그"잘"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잘하기 위해서는 정보도 지식도 많이 있어야 하고 필요한 시기에 판단이나 결단도 잘 내려야 한다.

그러나 그건 나이가 들수록 더욱 어려운 것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잘, 이란 문제도 문제지만 열심히란 것에도 문제가 생긴다.
나이가 들수록 의욕은 감퇴하고 열정은 식어 뭔가 하고자 하는 도전 정신이 사그라든다는 것이다.

눈돌이면 귀 돌리면 보이고 들리는 게 100세 시대를 알리는 것들이 부지기수다.
백세시대에 걸맞은 노후 대책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그 어느 시대에도 겪어본 경험치가 있는 그런 시대가 아닌 신천지 같은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백세시대로 내몰리는 첫 세대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오래 살아서 좋은 것이 아니라 재앙이나 다름없는 환경으로 내몰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생성되기 시작하고 그것이 사회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싶다.

기시감이라고 하기는 거시기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무조건 열심히만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그때의 그 감정, 소년공으로 공장에 취직하려던 그때의 그 느낌과 뭔가 닮아져 있다.
지난해부터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왜 집을 나와서라도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을 못했지, 주변에서 들어보면 부모 몰래 중학교 시험도 보고 집에서 뭔가를 들고 나와 팔아서 입학금을 마련하여 학교를 간 사람들도 제법 있던데 나는 왜 못 그랬지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때는 일을 열심히 할게 아니라 생각을 잘해서 공부를 하는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그때는 공장에 가서 열심히 일해서 월급을 타다가 가족을 부양하는 게 인생의 목표였으며 아름다운 소명 같은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어 보이기도 하고 이해가 안 될 수 있으나 그 시대는 많이들 그랬다.
그 시대의 대부분의 흙수저집 장남이나 장녀는 가족을 위하여 헌신하는 게 부모에게는 자식 된 도리였고 동생들에게는 형이나 언니로서 당연한 것이던 시대였다.

이야기가 이상하니 신세 한탄으로 흐르는 거 같은데 세상이 바뀌어 그런지는 모르나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이젠 열심히 보다는 잘하는 것에 정말 중요하다.
애터미도 해보니 그렇다.
열심히 보다 잘해야 한다.
시행착오를 수없이 겪으며 느끼는 것이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바닥에는 "잘"이란 방석을 먼저 깔거나 앞장세우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2025/05/12
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