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내게는 버릇처럼 되어 버린 행동이 하나 있다.
짧지 않은 기간 해온 직업으로 인한 일종의 직업병일 수도 있다.
2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까지 서울에서 자원 재활용 사업을 했는데 그 영향이 있는 거 같다.
자원 재활용 사업도 분야가 엄청 많지만 크게 보면 고물상으로 대표되는 게 재활용 사업의 대표적인 업종이다.
모두가 다 알겠지만 고물상은 버려지거나 사용하고 남은 자재 혹은 가공 공정 가운데서 스크랩으로 나오는 것 등 아주 다양하다.
그렇다 보니 제조 공장부터 시작해서 제품 유통과정은 물론 마지막 소비처인 가정에서 생활쓰레기로 배출되는 것 모든 것이 자원 재활용 가능 물건들이고 쓰레기로 벌여지기 전에 고물상을 통해 다시 모여지고 산업현장에 자원으로 재투입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쓰레기는 사실 자원의 보고나 마찬가지이다.
"모르면 쓰레기 알면 자원" 이게 내가 십수 년 고물사업을 해오면서 느끼는, 아니 깨 달은 것이었다.
버려지는 모든 것은 자원이다,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 중에 자원이 아닌 것은 없다.
다만 재활용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경제성이 없을 뿐이지 자원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고물상은, 흔히 말해서 자원 재활용 사업은 경제성이 있는 쓰레기를 모으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사항은 모이면 돈이 되고 흩어지면 그냥 쓰레기인 것이다.
무엇이든지 많이만 모으면 돈이다.
흔하게 보는 깨진 병도 많으면 돈이다.
모아서 돈이 안 되는 물건은 없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이 없어 버려지는 것이 쓰레기로 처리되고 처리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쓰레기 처리 방법도 많이 진화하고 수거 방법도 진화한다.
그렇다 보니 마구 버리거나 배출되는 거 모두 그냥 내놓으면 가져가는 시대는 끝났다.
쓰레기를 버리려면 종량제 봉투를 구매해서 봉투에 기재된 종류로 분리 배출해야 한다.
여하튼 재활용 품목이 아닌 것은 무조건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여 버려야 한다.
오늘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여기에서 나온다.
종량제 봉투가 해당 시군에서 지정한 업체에서 구매를 해서 쓰는데 다니면서 보면 쓰레기봉투에 반도 안 차게 버려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런데 그걸 보면 왠지 아깝다거나 자원 낭비 같은 생각이 든다.
종량제 봉투야 말로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쓰레기를 양산하는 경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그런 걸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하여, 내게 버릇처럼 된 것이 저녁이면 집 근처를 산책하며 반도 안 차 보이는 봉투를 보면, 주변에서 쓰레기를 주어 담아 채워 놓기를 한다.
물론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그런 걸 보면 들고 와서 집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넣거나 우리 집에서 버려야 하는 쓰레기를 담아서 내어 놓는다.
그런데 이게 눈치가 보일 때가 있다.
살만큼 산다는 사람이, 나잇살이나 먹은 사람이 뭐 하는 거야 이럴 수도 있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걸 자격지심이라고 하는 것인지 모르나 사실 그렇다.
그렇다고 그걸 보고도 안 하면 몸이 근질거린다.
사실 이런 버릇은 고물상을 할 때 생긴 거 같다.
그냥 집 밖에 내놓으면 무조건 가져가거나 쓰레기 집합 장소에 싣고 가면 얼마든지 그냥 버릴 수 있었다.
시대의 변화는 환경 문제를 앞세우고 왔고 그런 와중에 쓰레기도 버리는 사람이 비용을 부담하는 게 맞다는 논리에서 법이 바뀌었다.
그렇다 보니 수거 방법이 바뀌었고 쓰레기를 버리는 게 돈이 드는 일이 되었다.
이젠 잘못 버리면 벌금을 물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예전에는 재활용이 가능하면 무조건 물건을 사 가지고 왔다.
경우에 따라서는 쓰레기까지 치워주는 조건으로 재활용품을 가져왔다.
그런데 버리는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서는 상황이 바뀌는 것이다.
버려야 할 것은 아예 안 가져오게 되고 버릴 때도 큰 봉투를 사서 이용하고 가급적이면 많이 담아 버리는 방법을 연구하게 되었다.
그냥 대충 담아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쓰레기를 담아 버리는데도 기술, 혹은 요령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제버릇 개 못준다고 그렇게 되었다.
돈이 될만한 것은 모아서 지나가는 노인이나 고물장수에게 그냥 주면 고맙다는 소리를 듣는데 쓰레기를 버리는 습관은 어느 사이 다시 깨어났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게 얼마 안 되었다는 사실이다.
불과 서너 달 전까지만 해도 잊어버린 버릇이었는데 어머니가 누워 계신 후로 깨어난 버릇이다.
어머니로 인하여 쓰레기도 많이 나오지만 이국장이 워낙에 일이 많으니 자연스레 쓰레기를 처리하는 사람이 내가 된 것이다.
이국장의 일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요량으로 여보 쓰레기는 이제 내가 버릴게 하고는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주변에 쓰레기도 눈에 더 잘 보이게 되고 허룩한 종량제 봉투도 눈에 띄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다.
저녁에 잠자기 전에 쓰레기를 정리해서 싹 버리고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면 그렇게 기분이 개운할 수가 없다.
뭔가 했다는 뿌듯함이 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한번 써 봐야지 했는데 아침이면 다 잊는다.
그런데 오늘은 쓰레기를 버릴 게 없다 보니 그냥 자려는데 이왕 생각이 났으니 포스팅이나 하자, 하는 생각에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아주 천한 행동일 수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자원절약 잘하고 있는 것이란 생각을 하기도 한다.
쉬운 말로 손해 보는 사람은 없고 이익 보는 사람은 있고 내 집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주변까지 같이 보게 되니 동네가 좀 더 깔끔해지는 거 같아 좋으니 잘하는 일이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고백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써보는데 이왕 고백하는 거라면 좀 더 멋진 일로 고백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날이 있을지 모르지만 스팀만 좋아지면 그런 일이 많을 거 같은데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감사합니다.
2025/08/22
천운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cjsdns 님, 안녕하세요! 스팀잇에서 이렇게 깊이 있는 글을 만나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폐기물 재활용 사업에 오랫동안 몸담으셨던 경험에서 우러나온 통찰과, 일상 속에서 실천하시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큰 울림을 줍니다. 텅 빈 쓰레기 봉투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채워 넣는다는 이야기는, "모르면 쓰레기, 알면 자원"이라는 문구를 몸소 실천하시는 모습처럼 느껴져 더욱 감동적입니다. 저 역시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cjsdns 님의 글을 읽고 나니 주변을 더 살피고 작은 실천이라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남들이 보기엔 별것 아닌 일일 수도 있지만, 자원 절약에 도움이 되고, 동네를 더 깨끗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생각하면 정말 멋진 일입니다. 저 역시 @cjsdns 님의 멋진 고백에 깊이 공감하며, 앞으로 스팀잇이 더욱 발전하여 @cjsdns 님께서 더 멋진 일로 고백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혹시 재활용과 관련된 다른 에피소드나 아이디어가 있으시다면, 앞으로도 스팀잇에서 많이 공유해 주세요! @cjsdns 님의 글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