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한 콩밭 매기

in #zzanyesterday (edited)

날이 드니 심긴 작물만 좋다고 하는 게 아니다.
살판났다고 잡초들이 먼저 아우성치며 올라온다.
어물쩍하다가는 기껏 일구어 놓은 밭을 잡초들에게 내어주게 생겼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어제부터 제초작업을 했다.

오늘은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나가서 했다.
제초제를 뿌리기는 그렇고 그렇다고 호미로 콩밭 매는 건 엄두도 나지 않고 해서 예초기로 깎았다.
깎는다지만 아예 뿌리 근처까지 날려버리는 것이니 제초 작업을 해놓고 보니 아즈 시원하다.

그런데 한창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감독관이 떴다.
잘하고 있다는 응원뒤에 뭔가 송짓으로 와보라 한다.
살펴보니 팥에 노린재인지 진딧물인지 붙어있는것아다.
아니 이놈들이...

잡초들이야 원래가 그놈들 터전이니 제거하면서도 일말에 미안함이 있지만 해충들은 그게 아니다.
기껏 지어놓은 농작물을 망치려 하다니 나쁜 놈들이다.
빨리 쫓아내야 한다.

제초작업을 무사히 마치고 귀가하여 아침 식사를 하는데 아내가 진딧물로 걱정이 많다.
나도 덩달아 걱정이다.
살충제를 뿌려야 하는데 비가 온다고 하니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것이다.

농약을 뿌리고 8시간 안에 비가 오면 약을 뿌려야 헛일이 될 수도 있다.
일기 예보를 보면 오후 3시부터 비가 온다는데 어쩌지 결정을 못하고 마련만 하는데 이러다간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결단 내렸다.
두 시간 이내 비가 오면 허창 치는 것이고 4시간을 버텨주면 어느 정도는 효과를 볼 것이고 8시간 버텨주면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하늘의 속을 모르니 일단 뿌리자로 결정했다.

안 뿌리고 후회하는 것과 뿌리고 후회하는 것 중에 후회를 하더라도 뿌리고 후회를 하자, 비가 올까 안 뿌리고 있는데 막상 비가 안 오면 나중에 정말 크게 후회할 것이다.

그러니 비가 오고 안 오고는 하늘에 맡기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하자, 그게 농약을 뿌리는 것이다.
그렇게 결정을 하고 나니 아침 식사 후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서둘러 밭으로 가서 농약을 살포를 시작했다.
부지런히 하니 두어 시간에 다 끝났다.
그 와중에도 하늘이 시커멓게 되며 빗방울이 한두 개씩 떨어지도 했으나 올 테면 와봐라가 아니라 오고 싶어도 참아라, 참아하면서 농약 살포를 부지런히 했다.

현재시간 오후 2시다.
아직 비는 없다.
하늘에는 해가 떠있다.
비가 올 거 같지는 않은데 모를 일이다.
비가 오기를 멈추고 나니 비로 불볕더위다.
재난 안내 문자는 폭염 주의하라고 물놀이 조심하라고 연실 날아온다.
잘하면 비는 안 오고 넘어갈 수도 있지 싶은데 그랬으면 좋겠다.

현재 3시간은 경과했으니 설령 비가 온다 해도 이제는 안 뿌린 굿보다는 낫지 싶다.
비가 안 오면 고맙고 예보대로 내리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상황 봐가면서 다시 재 살포를 하면 된다.

농사는 농부가 짓지만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게 농사다. 그러니 늘 겸허히 생각하고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자기 생각대로 안된다고 하늘에 삿대질해 봐야 하늘에 노여움만 더 키우는 일이다.
그러니 옛 조상님처럼 하늘이 노하게 하지 말아야 하리라.
사람, 아무리 잘난 척해야 결국은 미물에 불과하지 싶다.
하늘에 자연에 순응하는 것도 지혜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감사합니다.

2025/07/22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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