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에 세워진 영적 요새(Spiritual fortress)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10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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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탈곰파는 아직 아니야, 미소짓는 붓다 vs 명상하는 킹콩에 이어서

두 시간 넘게 걸어서 드디어 그루 린포체가 수행했던 절벽 동굴을 바라보았다. 거의 다 왔다. 쉬엄쉬엄 천천히 걸어왔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서 걷다 보니 꽤 지쳐있었다. 게다가 여기는 고산지대 아닌가? 건너편 절벽에 희게 회칠 되어 있는 부분이 한눈에 곰파임을 알 수 있다. 도착하려면 30분 가량은 더 걸어야 한다. 목적지가 눈앞에 놓이니 일단 안심이 된다. 잠시 쉬면서 싱게가 말했다.

"저기를 보면 여러 그룹의 뱀이 동굴 주변을 보호하고 있어. 영적인 눈을 가진 사람들은 쉽게 알아 볼 수 있지. 수행을 방해하는 악마들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는 거지. 이곳에서 네가 믿는 대로 보이는 것이야. 주위를 둘러보다 보면 너의 마음 속에서 많은 것을 볼 수 있어. 여기는 영성의 보물창고와 같아."

나무도 별로 없이 척박한 바위산이지만 여기저기 절벽에 자연스럽게 새겨진 무늬들을 한참 살펴보면 언젠가 보았던 탱화가 드러나는 듯하다. 종교 예술가가 그려 놓은 그림보다 자연을 마주하면서 내가 보는 대로 그리고 보여지는 대로 특정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나의 눈과 자연 대상물이 접촉해서 일어나는 의식(觸識)은 정해진 틀이 없이 과거 무의식에 저장되었던 기억과 함께 인연이 되어 예술적 이미지를 불러 일으킨다. 오염된 망상일지라도 고정되지 않으니 언제가는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다. 맑고 분명한 인식(Clear light)으로써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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