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참여] 일기
@marginshort 님이 여신 백일장에 참가해봅니다.
깊은 새벽이라 그런지 글을 쓰고싶어지네요 헤헤.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능 이틀 전 > 맑음
와우, 마지막 점심, 마지막 저녁, 마지막 야자였다. 그리고 마지막 간식인 초코케익을 먹고 수능 끝나고 영화보라고 문화상품권 2만원 받고 단체샷 한 장 찍었다. 참, 진짜.. 뭐랄까? 이렇게 끝난다니. 끝나기를 기다렸는데 막상 이렇게 끝나니까 진짜 오묘하다.
저녁은 OOO쌤이 짜장면 사주셔서 그거 먹었다. 야자 때는 진짜 공부 안 되더라. 다음날이랑 수능 날 계획 세웠다. 이제는 잘 일밖에 안 남은 거 같다. 아, 뭔가 아쉽다.
<상경 전 날> 맑음
아쉽다. 태어나서 XX동에서만 살고, 이 집에서만 10년 가까이 살았는데. 우리 가족은 곧 있으면 이사를 간다. 나는 이제 서울에 올라가니까 오늘이 이 집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밤이다. 아쉽다.
어쨌든 서울에 가져갈 옷 챙길 겸 안 입는 옷 버릴 겸 옷장을 뒤지고 좀 있다 시내로 갔다. 오랜만에 S쌤(중학교 은사님)이랑 A(중학교 동창) 얼굴 봤다. B(중학교, 고등학교 동창)는 뭐 어제도 봤고 ㅋㅋ.쌤은 제자랑 맥주 같이 마시는 날이 왔다면서 새로운 감회를 느끼신 것 같았다. 좋았다. 주로 중학교 때 얘기, 대학생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밥 다 먹고 나서 선생님께서 대학생 때 여행 많이 다니라고 세계지도를 하나씩 주셨다. 돈 많이 벌어야 할텐데 ㅎㅎㅎㅎ.. 감사했다.
<상경하던 날; 기숙사 입소일> 비, 구름, 눈
기숙사 입소일이다. 어제 제대로 잠을 못 자가지고 아침에 겨우겨우 짐 챙겨서 나왔다. 글서 그런지 빠트린 게 참 많다. 어우 힘들어라. 고속버스 시간 겨우겨우 맞춰서 탔다.
버스에서 내릴 때 깜박하고 이불 놔두고 갈 뻔 했다.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서 생각났다. 얼른 다시 되돌아가서 찾아가지고 왔다. 짐이 진짜 많이 무거웠고 부피가 컸다. 기숙사까지 가기 참 힘들었다. 하필이면 이때 눈도 많이 왔다. 짐 정리 좀 하고 피곤해서 침대에 누었다. 잠이 거의 들 즈음 룸메가 들어왔다. 순간 놀래서 계속 자는 척 하다가 그냥 일어났다. 서로 간단히 통성명을 하고 나는 이모를 만나러 갔다.
어쩌다보니 핸드폰을 새로 맞추게 됐다. 하긴 3년동안 썼으면 많이 쓰긴 했지. 배터리 용량이 늘어났다는 거에 만족한다. 핸드폰을 마치고 나는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랑 튀김을 먹었다. 첨엔 맛있었지만 많이 먹으니 좀 힘들었다. 암튼 이모와 커피 한 잔씩 하고 기숙사로 들어왔다. 피곤하다. 잠 잘 올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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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일기장을 뒤적여본다. 글을 읽다보면 어느덧 시계바늘은 들리지 않는다. 평소같으면 전혀 기억하지 못할 내가 있다. 분명 보기 전까진 의식조차 하고 있지 않았지만, 글을 읽으면 그때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이 다시금 떠오른다. 그리고 정말로 희안하게도, 마지막 장을 읽으면 가슴 속에는 꿍꿍 얽힌 무언가가 남는다.
'그립다.'
이미 지나간 것임을 알지만서도 내 머릿속은 그때의 집, 그때의 학교, 그때의 친구들, 그때의 가족들로 가득찬다. 다시 한 번 그때의 정취를 느낄 수 없을까. 하하, 없구나.
그때와 지금은 너무나도 달라져있다. 장소도, 사람도. 내 청소년기가 녹아있는 중학교는 더이상 그때의 중학교가 아니었다. 동고동락했던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도 그때의 느낌은 나지 않았다. 그때는 오로지 내 마음 속에만 존재하고 있을 뿐, 이제 그들에게는 다시 느낄 수 없었다. 변해버렸다는 아쉬움이 남을 때, 나도 변해있다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추억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어느 시점부터 과거를 반추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큰 위안을 느낀다. 그동안 만났던 인연을 되돌아보며 흐뭇함을 느끼고 앞으로 더 멋진 인연을 만들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과거를 좀 더 많이 반추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모든 과거를 다 기억할 수는 없는 노릇. 오늘도 나는 일기장 앞에서 펜을 든다.
뉴비는 언제나 환영!/응원!이에요, 조사한바에 따르면. 텍스트가 공백제외 1000자 이상이면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포스트가 된다네요. - kr-newbie 보안관 봇! 2017/07/06일 시작 (beta)
감사합니다 :)
다른 사람의 일기를 훔쳐볼 땐 언제나 죄를 짓는 기분이 들면서도 두근거리게 되네요. 수능을 기다리는 기분, 기숙사에 들어가는 기분. 살짝 엿보고 갑니다.
다른 사람의 숨겨진 면을 알아간다는 게 참 오묘한 감정을 주는 거 같습니다 :)
스팀잇 블록체인 공간에 영원히 새겨질 일기 남기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제 젊은 날의 일기가 떠오르네요. 아무도 볼 일이 없는 박스 속 공간에서 이사갈 때마다 흔들리곤 했던....그리고 마침내 고물상에 버려졌던....아! 이이이님! 우리 친구해요! 소소한 봇도 했습니다.
아아...! ㅠㅠ 추억덩어리 그 자체가 버려질 때는 참..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셨을 거 같습니다..
팔로우와 보팅 감사합니다. 저도 팔로우 남기겠습니다.
그런데 의외로....후련했어요. 그리곤 느꼈죠.
놓아줌도 필요하다. 비워짐도 이리 가벼움을 주는구나!
님글 덕분에 저도 잠시 과거회상에 잠겨 지난날들을 되돌아 봤네요. 앞으로 만날 님의 멋진 인연들을 위해 응원할께요~
감사합니다!
anki님도 멋진 인연 만들어나가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