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산책

in #tripsteem6 years ago (edited)


| @songvely November. 19. 2018. |




「  서 촌 산 책  」


| 골목길 풍경 |



서촌의 전봇대에는 편지가 적혀 있다.




여러가지로 마음이 무거운 날이다.
오늘같은 날 가면 좋을 서촌의 골목길 풍경을 꺼내본다.







그 날은 통인시장을 들린 참이었다.

가깝지만 먼,
일상의 여행지를 찾는 것이야말로 가장 쉬운 일탈 중 하나.







돈을 엽전으로 바꾼 뒤 음식을 사먹을 수 있다고 해서 더욱 유명해진 통인시장. 이제는 캐릭터 인형까지 판매하는 것 같았다.




통인시장의 엽전 도시락을 텔레비전에서 처음 봤을 때, ‘돈으로 엽전을 사고, 다시 그 엽전으로 음식을 산다면 처음부터 돈을 주고 음식을 사는 것과 무슨 차이인가?’ 라는 멋대가리 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효율성에 따라 움직이는 건 아니듯, 엽전을 손에 쥐고 주고 받는 것 자체만으로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







아쉽게도 내가 통인 시장을 찾은 시각은 이미 엽전 판매가 끝난 시각이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엽전 도시락 구매 가능)







아쉬운대로 통인시장의 아기자기한 가게들을 구경하며 돌아다녔다. 전통시장이 처음은 아니었는데 다른 전통시장들과는 다른 통인시장만의 색깔이 느껴졌다. 특히 방송에서 널리 알려진 곳이라 젊은이들이 좋아할만한 아이템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아기자기한 장난감이나 옛날 과자, 알록잘록한 쥬스, 기름 떡볶이, 특이한 카페 등이다. 한편으로는 진짜 전통시장에 있을법한 가게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전통시장의 색깔을 많이 잃은 듯한 통인 시장. 하지만 젊은이들을 시장으로 불러들여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적응 과정일지도 모른다.










통인 시장에서 그 날 가장 붐볐던 곳은 누가 뭐래도 효자동 닭꼬치라는 가게였다. 먹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한 줄도 아닌 여러 줄로 바글바글거리는 통에 대기 시간이 만만치 않아보였다. 닭꼬치 때문에 1시간을 기다리는 건 역시 무리...




게다가 그 날은 한 자리에 앉아 제대로 된 상을 비우지 않으면 서운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통인시장의 작은 샛길로 들어섰다. 그 좁은 길을 따라가니 수요미식회에서 다녀갔다는 소머리 국밥집이 나왔다.







나도 참 팔랑귀인게, 소머리국밥은 잘 먹지도 못하는 메뉴인데도 수요미식회에서 다녀갔다 하니 괜히 먹어봐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조만간 정신을 차리고, 조금 더 걸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소머리국밥 집과 불과 50m 거리에 있는 공기식당을 발견했다. (공기 식당 포스팅은 다음에..) 처음에는 너무 작기도 하고, 사람들이 다 가게 앞에 앉아 있어서 식당인 줄 몰랐다. 커튼이 내려져 있어서 내부도 잘 보이지 않았는데, 잘 보니 문 앞 빠알간 입간판에 오늘의 메뉴인 카레 두 가지가 적혀 있었다.







줄서서 먹는 닭꼬치를 마다한 마당에, 이 식당의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건 모순이겠으나 왠지 그 날의 서촌 골목은 내 발길을 잡았다.







적당히 선선한 공기에, 부드러운 저녁 햇살, 여유로운 골목길의 정취가 가득했다. 공기 식당 맞은 편에는 한옥으로 된 게스트 하우스가 한 채 있었고, 그 옆에는 따뜻한 분위기의 카페가 있었다.







다음에 꼭 한 번 들리고 싶은 카페. 멀리서 보아도 찻잔이 예뻤다.







꼬인 전선과 무심하게 자란 잡초들,
오래된 벽과 문이 이상하게 잘 어울리던 그날의 풍경.




왜 그리도 요즘 사람들이 서촌을 찾아대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저녁이었다. 남들은 잘 모를 것 같은, 나만을 위한 여유가 숨겨진 느낌.







그리고 한 전봇대에는 편지 한 장이 적혀 있었다.
저 글씨체가 있다면 구입하고 싶어질 정도로 예쁜 손글씨였는데, 그 내용 또한 마음을 잡았다.




하필이면 이 곳에, 누가, 왜 적어놓은 것일까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던
괜시리 위로가 되었던 전봇대의 편지 한 장.







편지를 읽고 다시 돌아본 골목길은 아까보다도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까 다리를 주무르던 내게 앉았다 가라며 집 앞 평상을 내어준 아저씨는 담벼락의 풀들을 쓰다듬어 주고 계셨다. 그 풍경 속에서 나는 공기 식당에 들어갔다.










no curry no life라는 귀여운 모토의 카레전문점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













서촌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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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은 아기자기하면서도 변화무쌍한거 같아요~

서울인데도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져서 참 좋습니다.^^

이런곳을 구경하면 좀 걸으면
웬지 마음이 힐링될것 같네요
그나저나 저 시는 어느분이 왜 붙여놓았을지 궁금하네요

그러게요- 시를 쓴 분도 받는 분도 궁금합니다. 문득 발견하게 되어 보물찾기 한 기분이었어요_

안녕하세요 @tsguide입니다. 서촌은 옛것과 요즘것의 적절한 콜라보를 이루고 있는 곳인것 같습니다! 특히 통인시장의 맛집 효자동 닭꼬치는 인생닭코치죠ㅎㅎ 맛집 여행기도 기대됩니다~^^

효자동 닭꼬치가 그렇게 맛있군요!! 역시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줄을 섰던 이유가 있었네요.^^

아기자기한 분위기 너무 좋네요~
데이트하기에도 좋아 보이고 닭강정도 먹어보고 싶고 ㅋㅋㅋㅋㅋ

걸어서 데이트하기에 참 좋았어요- 다음에 기름 떡볶이랑 닭꼬치 먹으러 한 번 더 가보고 싶어요 :-)

예전에 엽전으로 도시락을 사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시장문화가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는 친근하고 즐길 수 있는 곳처럼 만들어주는 하나의 장치인 것 같아요. 요즘은 관광지가 된 것 같기도 하구요.ㅎㅎ

엽전을 써보셨군요! 저도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문을 닫았더군요 ^^; 관광지로서의 시장도 참 좋습니다. 우리나라 시장만의 매력이 있으니까요!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꾸준한 활동을 응원합니다.

북이오(@bukio)는 창작자와 함께 하는 첫번째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위해 첫번째 길드(Guild) 구성을 위한 공지글을 게시하였습니다. 영문 문학작품의 한글 번역에 관심이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닭꼬치를 한시간이나 기다려서 먹다니.. 그 사람들이 넘 대단해보이는걸요?ㅎ
송블리님의 감정이 고스란히 실려있는 포스팅 같네요.
글도 사진도.. ㅎㅎ
짧은 여행에 많은 힐링이 되셨길 바래요~~~

여행이라고 하기엔 약소했지만 기분 전환만큼은 확실했어요 :-) 거창한 여행도 좋지만 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것도 참 좋은 것 같아요 ^^ 참 여유로운 날이었네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가 서촌인데 여기서 보니 또 반갑네용~ ^.^
보클하고 갑니당~

감사합니다! 서촌을 자주 가는 편은 아닌데 이번에 다시 한 번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