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zzan 이달의 작가- 수필] 잃어버린 단오
잃어버린 단오
아침부터 정신 없이 지나갔다.
늦잠을 잔 덕에 후다닥 가방을 챙겨 스포츠 센터로 가서 초치기로 샤워를 하고 서둘러 돌아왔다. 아침이 늦으면 하루가 쫓기게 된다.
오후가 되어 달력을 보니 음력 5월 5일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단오였다.
갑자기 뭔가 허전한 기분이 밀려온다. 지금까지 지니고 있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뒤란의 화덕에 걸린 솥에서 김이 오르고 있었다. 할머니가 제일 먼저 창포물에 머리를 감으시고 엄마와 작은 엄마들 그리고 고모가 차례로 머리를 감고 나도 머리를 감겨주셨다. 그날은 오래 오래 좋은 냄새가 났다. 바로 창포 향기였다. 그리고 돌아보면 노란 꽃이 피던 창포가 얼마 남지 않고 베어져 있었다.
그리고 평소에 화장을 안 하시던 할머니도 그날은 뽀야스름하게 화장을 하셨다. 상추 잎에 맺힌 이슬방울을 털어 분을 개어 화장을 한다고 들었다. 실제로 이슬을 터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지만 상상만 해도 개운하고 화장도 잘 먹었을 거라는 생각이다. 어쨌든 단오날에는 집안에 모든 여자들이 단장을 했던 생각이 난다.
그리고 쑥떡처럼 생긴 수리취 떡을 먹었다. 수리취 떡은 쑥떡과는 또 다른 맛을 지니고 있었다. 지금도 수리취 떡을 파는 곳이 있어 한 번씩 주문을 해서 먹기도 한다. 물론 그날의 그 맛은 없어도 어렴풋이 떠오르는 추억이 나를 다시금 행복에 젖게 한다.
며칠 전까지는 알았지만 아침부터 쫓기는 바람에 오늘이 단오라는 것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생각없이 샴푸로 머리를 감고 바디클렌저를 이용해 샤워를 하고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고 평소대로 화장을 했다.
시대가 바뀌고 삶이 바뀌었다고는 해도 한 번씩은 추억을 소환하며 옛날 일을 돌이켜 보고 싶다. 추억은 단순한 과거사가 아닌 어지러운 세상 건너가는 돌다리가 되어주기도 한다. 내년에는 잊지 말고 탁상용 다이어리에 표시 해놓고 한 가지라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