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맞아 그래서...

in #steem16 days ago

어제가 어린이날에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오늘까지 휴일이라 한다.
그래 그런지 어제 보니 차가 보통 밀리는 게 아니다.
20분이면 가는 설악에 파트너 만나러 가겠다고 나섰던 옆지기도 도저히 못 가겠다며 30분쯤 가다가 돌아왔다.
주차장이 되어버린 도로에서 마냥 기다리다 되돌아온 듯하다.
덕분에 내가 마음 편히 오후 운동을 나갈 수 있었다.

어머니는 집에 오셔서 많이 좋아지신 거 같다.
일단 식사를 잘하시는 것을 봐도 그런 거 같다.
그렇지만 자식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시는 거 같다.
병원도 편하고 좋았다고 하시는 말끝에서 그런 걸 느끼게 된다.
그래도 집에 계시다는 게 좋다고 하시며 아들 며느리를 수시로 보니 좋다고 하신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환자용 침대를 들여놓고 돌봄을 하는데 24시간 옆에서 지키듯 돌봐 들여야 한다.
가장 많은 시간을 어머니 옆을 지키는 사람은 나다.
나는 잠도 여머니 침대 옆에 지리를 깔고 잔다.

그렇지만 어머니를 수발하는데 가장 수고가 많은 사람은 큰 며느리인 옆지기다.
모든 게 아내의 손끝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지켜볼 뿐이고 이거 저거 도와 달라면 하는 게 다다.
내가 뒤처리를 해드리려 하면 거부하신다.
며느리가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아들은 좋으나 며느리만 못하다는 생각이시다.

우리 어머니 같은 분도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의 여러 자식이 있지만, 딸도 둘이나 있지만 딸보다 큰 며느리를 생각하시는 것은 눈물겹도록 지극한 사랑이 있다.
아내가 그걸 아는 것도 신기하고 시어머니를 이렇게 잘 따르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게 사이가 좋다.

아내는 그런 이야기를 가끔 한다.
나처럼 시어머니 사랑을 받은 사람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더라, 그러면서 평소에도 하던 말이 어머니 사랑에 보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어머니는 집에서 모시다 돌아가셔야지 절대로 병원에서 돌아가시게 하면 안 된다고 해 왔다.

그 준비를 한다며 몇 년 전에 요양보호사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땄다.
나는 마음으로만 그래 집에서 모시면 좋지 나도 찬성이야 이런 생각이었지 특별히 준비한 게 없다.
그동안은 몰랐는데 막상 환자가 된 어머니를 집에서 모시니 보통 일이 많고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런데 공부를 해서 그런지 척척 잘한다.
식사는 물론 뒤처리까지 능숙하다.
나는 그냥 거드는 정도로 모든 걸 놓고 알았어 알았어하며 시키는 대로 하지만 아내가 아니면 어떻게 어머니를 집에서 모실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올해부터는 어머니가 우리 집 어린이가 되었다.
이렇게 어머니를 키우듯 보살펴 드리다 보면 세월은 또 어느 만치 가있을 거 같고 그 세월 어느 쯤에 우리가 지금의 어머니처럼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건 지금의 어머니처럼은 못 살 거 같다는 생각이다.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관습에서 자란 세대인 나나 아내는 당연하게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지만 우리의 자식들은 그렇지 않을 거 같고 우리 자신들도 그걸 원하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다.

아내도 가끔 이런 말을 한다.
부모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가 우리라고 그러나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책임져야 하는 세대라고, 그래서 그 말끝에 그래 맞아 그래서 애터미야, 애터미를 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거야 한다.
그런 말에 경기를 느끼던 아내도 이제는 그렇다고 수긍을 한다.
애터미로 노후를 설계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엷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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