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독서중] 내 식탁위의 개(클로디 윈징게르)

in #postingcuration9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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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설을 무어라고 이름 붙여야할지 모르겠다.

소설이라고 하기엔 특별한 사건 전개가 없고, 그렇다고 들장 인물이 없는 것도 아니며, 자연 관찰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자기 성찰 내지는 인류에 대한 반성을 요하는 작픔을.

작가와 그의 남편과 개 한마리.
그리고 초원과 숲.

팔십이 넘은 나이에 세상과 격리된 부아바니(추방당한 숲)에 살면서 매일 자연을 관찰하고 같이 호흡하며 하나가 되어 가는 저자의 삶을 그렸다.

그나마 이야기가 산뜻해 지는 건 학대받다 탈출한 것으로 보이는 개 ‘예스’ 덕분이다.

책으로 방을 꽉 채운 남편 그리그도 독특한 인물이다. 그가 하는 일이라곤 방에 틀어 밖혀 책을 읽는 거다. 일종의 사회 부적응자이지만 아내를 사랑하는 사람.

인간이 잘난척 해봐야 개구리나 가문비나무에서 별로 멀지 않은 생명체라는 인식을 강조한다.
그래서 제목도 식탁 위에서 같이 밥 먹는 개(Un Chien a ma table)이다.

책 중간 쯤, 보기 드문 등산객으로 한국인 커플이 등장하는 게 인상적이다. 남자가 여자의 까맣고 긴 머리를 빗어주는 장면.

이런 책이 너무도 좋은 걸 보니, 나도 나이를 먹나 보다.
아니 자연을 닮아가나 보다.

낡은 침대 오른쪽에 늙은 남편, 왼쪽에 개를 끼고 자는 작가의 모습이 너무나 잘 상상이 된다.
울집 댕이를 쳐다보니 오늘도 내 이부자리 한쪽 끝을 차지하고 잔다. 꼭 머리를 반대편에 두고.

얌마… 너랑 나랑 한 족속이래.
사고치지 말고 잘 지내자.

스콧 니어링의 책을 좋아한 분이라면 읽어 볼만 하다.

클로디 윈징게르 / 김미정 역 / 민음사/ 2023 / 18,000 /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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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자연과 동화 되시나 봅니다 ^^
우리는 댕댕이들과 같은 족속이었군요 ㅎㅎ

늘 자연과 함께 하는 도잠님 다운 책이네요.

댕댕이놈이 머리를 반대로 둔다는 뜻은 궁데이를 입에 둔다는 뜻이죠? ^^

ㅋㅋㅋㅋㅋㅋㅋ
가끔 방귀도 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