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독서중] 김금희, '대온실 수리 보고서'

in #postingcuration14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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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경애의 마음'을 재밌게 읽었길래
도서관에 책이 들어오자마자 줄 서서(예약해서) 읽었다.
어떤 블로거가 자세히 설명해주기도 했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에 읽은 책 만큼의 재미는 없었다.

배경과 주제가 신선했지만
왜 아쉬운지 생각해봤는데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 현란한 문장과
웃음 코드가 적어서 그랬던 거 같다.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예전에 창경원이 있던 궁궐 자리에
일제가 세운 대온실이 있었는데
그것을 복원한다는 설정으로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일인칭 시점으로 서술한다.

그 대궐 담 밖에 '낙원하숙'이 있었고
주인공은 석모도에서 서울로 위장 전입하여
이 집에서 지내며 등교한다.

하숙집 주인 '문자' 할머니는 일본인으로
패망 후 일본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한국인 집에 입양되어 살았다.

하숙집에는 주인공 또래의 할머니의 손녀가
있었는데, 좀처럼 곁을 주지 않고 이기적이다.
옆 반이었지만 서로 모르는 척 하자고까지 한다.

대온실 공사의 보고서 작성에 단기 계약직으로
들어가서 담 하나 밖인 하숙집을 보는
주인공은 심경이 복잡하다.

성적 조작 사건이 발생했는데 주도했던
교사와 전교 일등이 주인공도 동참했다고 허위 진술을 했다.
주인공은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자퇴했다.
사소한 시비가 있었던 전교 일등이 사주했고
한 방 쓰고 있는 여자애가 동조했던 것이다.

대온실은 일본인 원예가가 지었는데
일본 패망 후 온실 안에 있던 동식물들은
다 죽임을 당했거나 굶어 죽었다.

패망 당시 그 온실 지하실에 어린 '문자'가
남동생과 함께 숨어서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목도한 것은 왕실 재산을
빼돌린 상관이 비밀을 감추려고 자신의
양아버지를 살해 하는 장면이었다.

식민지에서 살다 간 잔류 일본인의 삶도
그리 녹록치 만은 않았다.

대온실 수리 과정에서 온실 바닥의 타일은 물론
지하에 매장된 시신도 드러났다.

공사가 지연되는 걸 싫어하는 건설업체와
문화재 연구가들 사이의 줄다리기 통에
주인공은 강제로 회사에서 나와야 했고
보고서는 그녀의 서랍 속으로 들어간다.

이야기의 한쪽 축을 담당하는 존재가
'산아'라는 여자아이인데 맑은 기운을
불어 넣는 역할을 한다.

읽고 난 느낌은..............
대온실 수리 과정에 얽힌 서사(친일파의 행로, 잔류 일본인 여성의 삶, 이들의 후손) 쪽으로 더 집중했으면 좋았을 듯 했다.
주인공의 사정을 설명하느라 그랬겠지만 학교 안의 부조리가 얽히면서 간극이 너무 컸다.
그래도 '문자'가 어렸을 때 썼다는 대온실의 동물에 관한 글 두 편이 백미였다.

김금희 / 창비 / 2024/ 18,000 / 장편소설

https://blog.naver.com/tldlschsss/223714457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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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오늘 또 한 편 읽고 갑니다. ^^

덕분에 저도 잘 읽었습니다~~

맞아요 거기 온실이 있지요. 흥미가 가는 소설이네요~

안 가봐서 모르는데 온실이 진짜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