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기타를 사던 잠 못들던 밤 - 21살 나의 기타
저는 차욕심 , 옷욕심 , 재물욕심 등의 소유욕이 적은 편입니다.
그냥 차는 굴러가면 되고 옷은 주요 부위만 잘 가려주면 되고 월급은 굶어 죽지 않을 정도면 되고...
뭔가 강하게 소유하기를 열망하는 아이템이 거의 없지만 하나를 꼽으라면 기타가 아닐까 싶네요.
12살 겨울즈음, 두번의 설과 한번의 추석 때 모아둔 세배돈 + 용돈으로 악기상에서 사온 이름도 없는 합판 상판+플라스틱 제질의 바디로 된 오베이션 기타와
18살 방학 때 한달반 노가다를 해서 중고로 장만한... 지금까지 저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있는 일렉기타 Fender Blackie
그리고 2011년 케나다 출장을 가서 모든 비상금을 털어 사온 어쿠스틱 기타 Taylor 310 까지
(뭐 별로 비싼건 없네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개인적으로 저에겐 꽤나 가격이 부담스럽던 이었던 악기들이었네요.)
무엇보다 투자한 비용 대비 누리게 되는 행복감이
돈을 모으며 모델을 고르는 순간부터
구매하고 한참이 지난 뒤까지
이렇게 오래 지속되는 아이템이 기타 말고 다른게 있었나 싶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고 신해철씨의 노래가사가 저의 심정을 정확히 묘사해 주는 것 같습니다.
낡은 전축에서 흐르던 가슴 벅찬 노래 알 수 없는 설레임은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았지 처음 기타를 사던 날은 하루종일 쇼윈도우 앞에서 구경하던 빨간기타 손에 들고 잠 못잤지 - 영원히 - N.EX.T 1집 가사 중
사실 저에게 하나뿐인 일렉기타 Blackie가 올해로 21년 빈티지가 되었는데요, 그동안 너무 관리를 소홀이 한 탓인지 악기 상태가 회생불능 상태에 이르러서 리페어샵에서도 마음을 정리하라고 선고를 받았을 때 처음 음악이 너무 좋아서 뭣도 모르고 띵가띵가했던 그 시절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한참을 우울해 했었는데요.
트러스로드의 한계점까지 조정을 해서 겨우 가장 light한 게이지의 줄을 달아서 연주를 할 수는 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어제 오랜만에 기타를 잡고 연주를 하는데 세월을 버텨준 존재만으로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충분히 이 정도 기타 하나 정도는 살 수 있는 비상금이 있지만 제가 시작했던 음악들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준 하나 밖에 없는 기타 블랙키입니다.
저도 처음의 꿈은 기타리스트였어요! 수학여행비를 받아서 수학여행을 안가고 기타를 샀던 철없지만 대견한 시기가 있었는데 말이죠! 덕분에 처음 기타를 품에 안고 돌아오던 그때가 떠오르네요! 저희 즐겁게 오래오래 음악해요>_<
아 그 두근대는 마음으로 기타를 메고 귀가하셨을 그 마음이 조금은 상상이 갑니다.
나루님도 앞으로 오래오래 좋은 음악 만들어주세요^^
오래된 것에는 그만의 스토리가 있죠.
저도 오늘 좀 느꼈네요 ;D
맞습니다. 단순히 새롭고 발전된 것들이 주지 못하는 무게가 있는것 같아요^^
호기롭게 일렉기타를 샀지만
변치않는 꾸준하지못한 성격으로
포기했습니다 ㅇ_ㅠ
그래도 처음 산기타에 애정이 묻어나지 읺을까 싶어요. 혹시 아나요 다시 기타를 잡기 되실지^^
저 사진이 카페로망님인가요? 살아온 스토리가 있는 이런 포스팅 참 좋아요.
네 맞아요 이제 10년이나 지난 사진인데... 지금까지 함께하는 기타이기에 더 애착이 가는것 같아요
신해철님의 '영원히'를 들으며 메탈키즈를 꿈꿨습니다. Rock will naver die!!
유사하게 저는 N.EX.T 2집 - The Being 을 들으면서 "뭐지 이 새로운 음악의 세계는?" 하면서 Rock과 Metal음악을 입문했어요.
80-90 미국 락 키드들에게 'Rock으로의 초대'가 Bon Jovi로부터 시작했다면 한국은 단연 신해철(혹은 N.EX.T)이 아니었나 싶어요. 반가워요 루히님 앞으로 자주 소통해요~
2018년에는 두루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