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1 실패한 미국과의 협상. 새로운 정치세력아니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미국과 관세협상을 마친이후 언론과 이재명 지지자들은 모든 관심을 이재명정권의 협상을 옹호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의힘도 이재명 정권의 협상을 잘했다고 하는 것 같다. 하다하다 이제는 실패와 성공의 구분도 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된 것 같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일이다. 이 와중에 홍준표가 갑자기 제정신을 차렸는지 이번 협상을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을 신제국주의국가라고 비난하고 있다. 홍준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그를 다시 보고 있다. 그가 이런 소리라도 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정말 아니러니하다. 그는 대표적인 친미주의 정치인이었다. 물론 그의 태도가 앞으로도 일관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누구의 판단이 맞는 것일까? 이번 협상에서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한 세력은 정부의 협상을 가장 강력하게 비판하고 비난했던 사람들이다. 이재명 정권이 협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국내의 엄청난 반대와 저항이 있어어야 했다. 이런 당연한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이재명의 협상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이재명에 대한 비판과 비난과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여권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진보당과 노동당 및 민주노총과 같은 세력들도 동일한 입장과 태도를 보였다. 필자의 글을 오랫동안 본 사람들은 필자가 진보당과 민주노총 지도부와 같이 주사파의 이론을 추종한 자들이 사실상 미국의 앞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을 알 것이다. 필자는 이번 협상이 필자의 의심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분명하게 말하지만 이번 협상은 완전하게 실패했다. 한국은 자신의 지정학적 이점을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었고,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재명은 한미동맹을 자신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발표하면서 미국에 처음부터 양보를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했다. 이재명을 지지하는 자들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 이재명에 대한 그 어떤 비난과 비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

한국이 미국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자산을 털리고 나면 무슨일이 생길 것인지는 조금만 상식이 있다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앞으로 한국내에서 기업의 재투자는 거의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당연히 젊은이들을 소화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는 매우 급격하게 축소될 것이다. 한국은 일본보다 더 급격한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차라리 쌀과 소고기를 양보하는 한이 있더라도 한국의 산업 경쟁력과 일자리를 양보해서는 안되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 보았다. 대부분 이야기가 먹고 사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다. 과일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육류 섭취도 쉽지 않다고 한다. 특히 소고기 같은 것은 거의 먹기 어렵다고 한다. 한우는 그림의 떡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살림이 그리 어렵지 않은 나도 한우를 언제 먹어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도시의 빈민이나 노동자들을 위해서라면 먹고사는 식료품이나 생필품 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차라리 소고기 시장을 양보하고 일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면 그나마 더 나았을지도 모를일이다. 어차피 이제 농업도 기업농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농업 경영의 혁신은 생각하지 않고 상당수의 도시 빈민과 노동자에게는 별로 도움도 되지 않는 농산품 수입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현명한 결정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이재명 정권을 옹호하는 것이 이재명 정권을 지키는 일이 아니다. 이재명이 잘못했으면 질타를 해야 한다. 그래야 이재명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지금의 이재명은 국민의힘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북한을 적대시하는 것이나 미국일방주의에 대한 옹호나 자본을 위한 복무나 무엇하나 이재명과 국민의힘이 다를 것이 없다.

이번 관세협상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사실상 합당을 해도 별로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필자가 새로운 정치세력의 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진정 국가의 이익, 그리고 대중의 이익을 위해 투쟁할 진정한 대중을 위한 정치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필요성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갑자기 새로운 정치세력이 형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들이 이런 필요성을 가슴깊이 느끼고 있다면 어떤 계기가 되면 그 힘이 강력하게 작동할 것이라고 기대할 뿐이다.

과거 한국의 정치세력은 메시아적 인물의 등장, 혹은 학생운동을 거치면서 조직적인 힘의 형성과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와 같은 정치세력의 형성은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앞으로 새롭게 형성되어야 하는 정치세력은 대중의 삶과 같이하면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와 대중의 삶을 고양시키기 위한 정신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판사와 검사 그리고 교수같은 지식인들은 바람직한 새로운 정치세력으로서의 자격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올바른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같이 살아온 사람들을 찾아내야 하고 서로 연대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이재명 정권과 국민의힘에게서 지금과 같은 지정학적 격변의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기 어려운 것 같다. 실망에 앞서 그래도 희망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