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3 이재명과 김문수가 사라져도 국민은 영원하다

대선 당일 아침이다. 작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로 정국은 혼돈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라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상황은 묘하게 전개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이재명에 대한 대중의 불안과 불신이다. 그의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삶의 궤적에 대한 우려가 지지를 가로막고 있다. 진보 정치인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도덕성과 윤리다. 말은 진솔하고 정직해야 하며, 삶의 방식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이재명이 어떻게 더불어민주당을 장악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전형적인 진보 정치인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그는 거짓말을 습관처럼 했고,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절반 이상이 그를 열렬히 지지하며 메시아와 같은 기대를 걸고 있다.

나는 이재명의 등장과 대중의 이 비정상적인 지지 현상이 기득권 세력의 잘못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기득권 세력은 합리적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데 실패했다. 대중이 이재명과 같은 인물을 떠받드는 가장 큰 이유는 기득권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이다. 그 근원은 극심한 부의 불평등이다. 한국 사회는 위축되고 기회가 줄어드는 상황에 접어들었다. 이는 대중의 불안과 절망을 키웠다. 기득권 세력이 보다 도덕적이고 인격적으로 성숙한 정치인을 배출하고, 빈부격차로 인한 절망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기울였다면, 이재명과 같은 인물이 대중의 몰입을 받는 비정상적인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득권 세력은 이번 선거에서 여러 차례 승리의 기회를 놓쳤다. 특히 한덕수와 김문수의 단일화 실패는 결정적이었다. 권영세는 사퇴했지만, 권성동은 그대로 남았다. 한동훈과 홍준표도 단일화 실패에 책임이 있다.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소위 ‘윤핵관’, 한동훈, 홍준표는 모두 책임을 지고 정치 무대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기득권 세력의 정당은 앞으로도 희망이 없을 것이다.

마지막 단계에서 김문수 또한 이준석과의 단일화 실패에 책임이 있다. 김문수는 명운을 걸고라도 이준석과 단일화를 성사시켰어야 했다. 물론 이준석이 끝까지 거부한 책임도 있지만, 일차적 책임은 김문수에게 있다. 이준석 역시 이번 선거 패배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정치권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유승민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이다. 영남은 이준석이 아닌 한동훈을 선택하게될 가능성이 높다. 이준석은 영남의 지지를 확고하게 장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린 셈이다. 이준석의 실력부족이다. 정치는 냉혹하고, 냉혹해야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실패하고 잘못 선택한 자에게 기회가 돌아가서는 안되는 법이다.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에 전면적인 세대교체를 요구한다. 국민의힘이 바뀌어야 더불어민주당도 변화할 수 있다. 패배한다면 국민의힘은 왜 실패했는지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극단적인 미국 맹종, 중국 혐오, 극단적 반북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국민을 안전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실질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힘에게 미래는 없다. 패배에서 배우지 못하는 자는 영원히 승리할 수 없다.

이재명이 패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만약 패배한다면 더불어민주당도 자신들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되돌아 보아야 한다. 진보 정당의 개혁 정책은 기득권의 반발을 초래한다. 이를 최소화하려면 개혁을 추진하는 정치인이 도덕적으로 올바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혁은 좌초되고 정치인 본인도 살아남기 어렵다. 최근 이재명이 점점 우경화되고 기득권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도 그의 도덕적 결함 때문이라고 본다.

이재명을 지지했던 이들은 곧 그의 선택에 회의적인 태도를 갖게 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 후 많은 지지자들이 후회했지만, 그의 비극적 죽음이 대중의 평가를 바꿨다. 그러나 노무현은 재임 중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었다. 이재명은 그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그는 도덕적 비판과 사법 리스크라는 원죄를 안고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한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어 살아남는 길은 세 가지다. 첫째, 기득권에 완전히 편입되어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것. 둘째, 모든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압도적 성과를 내는 것. 셋째, 대중을 매수하고 강력한 독재 체제를 구축하는 것. 가장 바람직한 것은 성과를 내는 것이지만, 이는 쉽지 않다. 결국 이재명은 한미일 동맹 강화로 미국의 지지를 얻거나, 괴물 같은 독재 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그를 지지했던 진보주의자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하다. 이재명은 관직과 예산으로 지지자들을 매수할지 모르지만, 모든 비판을 잠재울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비관적 전망에도 나는 희망을 잃지 않고자 한다. 정치 세력은 적이 아니라 상대방이다. 증오로 대립해서는 안 된다. 정치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다. 오늘 선거의 결과가 어떻든,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정치가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이재명과 김문수가 사라져도 국민은 영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