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24 한덕수 탄핵기각이후 전망,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역량이 필요할 때

급변하는 국제정치질서를 지정학적 대역습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지정학적 대역습과 동시에 국내정치적 격변을 동시에 겪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평가와 대응은 달라진다.

많은 사람들은 국제정치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현재의 탄핵국면으로 제대로된 대응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의 기득권 세력들은 현재 한국이 직면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개헌을 생각하는 것 같다. 필자는 이들의 생각이 한국의 이익보다는 미국의 이익 그리고 매판자본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한 목적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에서 개헌 그것도 내각제 개헌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홍석현이 주도했던 리셋코리아에 가담했다는 것을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다.

앞으로의 국제정치적 변화와 이로 인한 국내정치적 대응을 위해서는 강력한 정치권력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나면 국제정세는 지금과 매우 다른 양상으로 바뀔 것이다. 강력한 국가권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가 국제정치를 주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집중은 오로지 강력한 국가의 정치권력에 의해서 가능하다. 중국과 러시아가 매우 단기간 만에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가 강력한 국가권력이다.

플라톤의 철인정치와 중우정치의 대결은 결과적으로 철인정치의 승리로 귀결된다. 문제는 철인이 진짜 철인인가 아닌가에 달려 있을 뿐이다. 유럽의 자유주의적 권력체계는 부르주아지의 이익을 위한 정치체제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원래 민주주의는 기층대중의 이익을 위해, 공화주의는 귀족과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작동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것이다.

몇년전에 서양사학회에서 왜 민주주의는 전제정치의 경향을 띠었는가 하는 주제로 연례학술회의를 개최한 적이 있을 정도다. 원래 민주주의는 기층대중의 이익을 위한 정치제도로 그 형태는 전제적 성격을 띤다.

필자가 더불어민주당에 민주주의가 없다고 수없이 언급했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류가 기층대중이기 때문이라는 측면도 적지않게 작용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삶이 어려워지면 기층대중들은 단결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경향을 매우 강하게 띤 것을 역사적 경험을 통해 충분하게 알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재명과 같은 방식의 권력행사가 오늘날 한국의 기층대중들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를 해결하는데 전혀 긍정적인 작동을 하지 못할 뿐이라는 것이다. 철인정치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가 정말 철인인가 하는 것이다. 이재명은 철인이 아닌 양아치에 불과하기 때문에 필자는 그를 반대한다.

한덕수 탄핵이 인용되지 않았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많은 사람의 기대와 달리 필자는 윤석열 탄핵 결정이 생각보다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탄핵심판이 조속하게 이뤄진다면 탄핵기각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고, 시간이 지연되면 오히려 윤석열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의 기득권은 이재명 퇴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의견일치를 본 것으로 보이고, 남은 이견은 윤석열을 탄핵하느냐 아니냐로 갈려 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탄핵이 인용되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만일 윤석열 탄핵이 기각되면, 앞으로 윤석열이 엉뚱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가 무슨 짓을 할지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다.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개헌을 한다고 했지만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이재명이 없어진 상태에서 임기단축해서 개헌을 하면 대통령 중임제든 내각제든 상관없이 권력은 국민의힘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넘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국민의힘도 개헌을 말하지만 개헌하면 권력을 상실할 것을 뻔히 아는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윤석열 탄핵기각이후 개헌을 하지 않을 것은 불문가지라고 하겠다.

현재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이재명 2심 이후 시간을 질질 끌다가 대법원 최종심 판결에 가까운 시기에 윤석열 탄핵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렇게 시간적 여유를 가지는 것이 그리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도 이재명이 사라지고 나면 지정학적 격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위한 정책적 대안을 고민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자신들이 주장했고 추진했던 수없이 많은 진보적 의제들이 사실상 실패했고 오히려 대중들의 삶을 더 고통스럽게 했으며, 한국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진보세력들이 추진했던 교육문제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고교평준화는 오히려 후퇴했다. 지금 한국의 고등학교는 과거 평준화이전으로 후퇴했다. 과학고, 자사고, 외고 등으로 새로운 명문학교가 생겼다. 대학진학 절차가 복잡해져서 돈없는 사람들은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어렵게 되었다. 대학진학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면서 공교육은 무력화되었다. 사교육이 판치고 이로 인해 중산층도 생활고에 허덕거린다.

진보적 의제들이 참담하게 실패한 것은 비단 교육 뿐만이 아니다. 로스쿨도 실패했고, 의전원도 실패했다. 부동산정책도 실패했다. 진보적 정책에서 성공한 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대외정책 남북관계 그 어떤 것도 성공하지 못했다. 노무현 이후 진보정권은 대외정책과 남북관계에도 처절하게 실패했다.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정책은 결과로 평가 받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건달들은 좋은 의도를 자신의 이익으로 환원시켰고 그로 인해 정책이 실패한 것이라고 하겠다.

지금의 지정학적 변화는 단순하게 국가간의 관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국내정치와 정책 변화도 요구한다. 윤석열 탄핵이후 국가권력의 공백은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았으면, 지금쯤 남북간 대규모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거나, 우크라이나로 국군을 파병했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조선일보를 중심으로한 한국언론의 보도 동향을 보면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런 권력 공백시기에 오히려 차분하게 앞으로 한국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하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