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의 봄
이곳에 온지도 어언 4년이 다 되어간다.
생명을 관찰하는 것이 좋고(그것도 해양 생물),
사람보다 자연(그 중에서도 바다)이 좋아
이곳 남쪽 끝 장흥 바닷가에 와서 살고 있다.
남들은 귀농이다 귀촌이다, 그러면 준비도 하고 알아보기도 하고
내려오는 것 같은데...
나는 좋은 직장 때려 치고(아니, 쫓겨난 것에 가깝다, 하하 ㅠㅠ)
무계획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이곳 작은 도서관에서 사서(라고 쓰고 청소부라고 읽는다)로서 산다.
따라서 귀촌이나 귀어라는 말은 거창하고,
귀해(歸海)라 부르면 딱 맞겠다.
땅이 다하는 곳.
바다가 펼쳐지는 곳.
이곳 장흥의 다도해는 사람 넋을 빼놓을 정도로 아름답다.
이곳 방파제에 차를 세워놓고,
다윈이 쓴 '따개비'에 대한 책을 읽고,
또 가끔 그것을 실제로 관찰한다.
다윈의 딸은, 자기 또래의 친구집에 놀러 갔는데 고급 장난감인 '인형의 집'만 있고
따개비가 없는 것에 무척 놀랐다고 한다.
그 아버지 다윈의 방에는 따개비 수조가 가득했고,
항상 초롱초롱한 눈으로 딸에게 따개비에 대한 경탄을 늘어놓았기 때문이란다.
나도 인형의 집이 가득한 도시보다는,
따개비가 있고
숭어가 수면 근처에서 달빛을 받아 반짝이고
짱둥어가 뛰노는 이곳 장흥 바다가 참 좋다.
페르난두 페소아는
"그 사람의 크기는 그 키의 크기가 아니라 그가 바라보는 것의 크기"
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렇게 자연을 바라보고 살면서,
나도 시나브로
커갈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