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7
2024.11.3(일), BCS
그리운 어머니,
갑자기 이번주부터는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상쾌한 가을바람도 매서운 겨울바람으로 바뀌어 옷깃을 여미다 못해 이제는 한 동안 옷장에 넣어두었던 자켓을 꺼내입었어요. 한국에서는 가을에서 입던 옷인데, 여기서는 한겨울이 아니면 이정도만 해도 따뜻하게 견딜만 해요. 여기는 겨울이 가까워지면 활개를 치는 동물들이 있어요. 아침에 따뜻하게 자켓을 입고 나왔을 때 하늘에서 수십 마리의 콘돌들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유영하는 모습을 보는건 참 즐거운 일이에요. 콘돌들은 큰 선인장 꼭대기 위에 앉아 있는 걸 좋아하는데, 아마 밤에는 선인장이 많은 숲에서 잠을 자고 아침 해가 뜨면 먹이를 찾아 마을까지 날아 오는 것 같아요. 콘돌들이 한 마리씩 날개를 쭉 펴고 하늘 높이 바람을 타고 유유히 날아오는데, 그 풍경이 장관이에요. 다 모이면 그 수가 정말 많아요. 가끔은 콘돌과 함께 까마귀가 콘돌 사이에 끼어 함께 비행을 하기도 해요. 그런데 콘돌과 까마귀의 나는 모습이 달라서 금방 구분할 수 있어요. 콘돌들은 날개를 쭉 펴고 유유히 바람을 즐기는 반면 까마귀는 열심히 날개짓하기 바쁘거든요. 가끔 까마귀도 날개를 펴고 유영을 즐길 때가 있긴 한데 그 시간은 매우 짧아요. 콘돌들의 비행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항 속 열대어를 볼 때 느낌처럼 제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껴요.
멕시코는 할로윈데이와 죽은자의 날을 참 즐겁게 보내는 것 같아요. 할로윈데이에는 귀신분장을 한 아이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데, 아파트에서도 나름 세련되게 할로윈을 즐겨요. 멕시코 사람들은 노는데에는 정말 진심이 느껴져요. 어찌나 정성으로 분장을 하는지, 한번씩 지나가다 만나면 너무 분장을 잘해서 깜짝 놀래기도 해요. 학교에서도 할로윈데이 행사는 전교생을 대상으로크게 열리는데, 모든 학년이 할로윈 복장을 하고 큰 운동장에서 퍼레이드를 해요. 우리도 큰아이는 토토로, 작은아이는 외계인에게 납치된 인간 복장으로 퍼레이드에 참석했어요. 그리고 이 할로윈데이 행사의 하일라이트는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의 특별무대에요. 작년에는 디즈니 영화가 주제였는데, 정말 재미있고 무대가 수준이 높아서 깜짝 놀랐어요. 그 넓은 운동장에 수십명의 학생들이 디즈니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의상도 어찌나 화려하고, 안무도 정말 멋있었어요. 2024년에는 영화 스타워즈를 주제로 했다고 하네요. 직접 가서 보고 싶었지만, 이번엔 시간이 없어서 가지 못해 아쉬워요.
우리 아이들도 멋지게 자라서 저런 훌륭한 무대에 서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엄청 응원해주고 축하해줄텐데요.ㅎㅎ
한 주도 할머니와 행복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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