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일기 #165
2024.11.11(월)
아침 일찍 부부동반 골프약속이 있었다. 평소에 우리에게 도움을 많이 주시는 분들의 초대라 조금 피곤했지만 기쁜마음으로 나갔다. 남여대결이었는데, 택도 없이 남자가 큰 차이로 졌다. 다 합쳐서 10점이상 차이가 났다. 그래도 뾰족한 가시나무들만 보다가 오랜만에 푸릇푸릇한 나무와 잔디를 보고 있으니 그자리에 있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었다. 오랜만에 뻣뻣한 몸을 휘둘렀더니 허리도 욱씬거리고 평소 아픈 어깨도 통증이 심해져서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아무튼 그래서 우리(남자)편이 진거라고 위안했다. 아침 10시쯤 티업을 해서 오후 2시를 조금 넘겨 끝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코스트코에 들렀다. 보통은 돼지고기 삼겹살 부위를 통째로 사와서 집에서 먹을만큼 잘라 소분하는 것이 휴무때 나의 소임인데, 냉파중이라 고기는 필요없단다. 내 일이 하나 줄었다.4~5kg이나 되는 통고기 잘라서 소분하는게 은근히 중노동이다. 나는 회사복귀할 때 들고 갈 물건도 미리 샀다. 보통 사무실 복귀할 때마다 사무실에서 먹을 직원들 간식을 사가는 데 이번에는 아내가 적극 추천한 초콜릿 에너지바를 한통샀다. 물론 현장에 있는 큰 마트에도 에너지바 정도는 팔지만 초콜릿이 잔뜩 든 에너지바는 아직 못봤다. 직원들이 좋아할 것 같다. 우리는 오후가 되면 당이 떨어져서 달달한 간식을 자주 찾는다.
특별한 할일이 없어 백화점을 나왔다.벌써 백화점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장식을 하니 빨간색 장식보다 훨씬 고급스러워 보였다.
백화점을 잠시 둘러보다가 금방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강 작가님의 <채식주의자>를 마저 다 읽었다.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놀랬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은 왠지 어렵고 지루할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우리나라 작가가 쓴 한국인의 감정을 담은 소설이라 그런지 자연스럽게 술술 읽혔다. 억지스럽게 내 감정을 짜내지 않았고 그 책에 자연스럽게 공감되고 녹아들었다. 다 읽고 책을 덮고나니 가슴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머리로는 이해되지 않는, 독특한 자극으로 내 뇌를 각성하는 듯한 기분이다. 사랑을 가장한 폭력, 미쳐야 살 수 있는 등장인물의 고통 하나하나가 아무런 필터없이 링거주사를 통해 내 혈관으로 주입되는 것 같다.
이런 느낌 이상하지만 시원하다. 이런 기분 처음이다.
헉 !! 택도 없이 남자분들이 큰 차이로 이긴 이 아닌 지셨군요^^
말씀처럼 화이트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훨씬 고급져 보입니다 !
골프를 거의 안치니 당연한 결과였던 것 같아요.ㅎㅎ
방문 감사합니다.
정말~ 하얀 복장의 산타할아버지가 눈에 띄네요! 멋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전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