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임 / 임수현]
[떠나간 임 / 임수현]
여름 장마도 아닌데
주룩주룩 쏟아지는 빗소리에
잠을 부르지 못하고 뜰에 앉았다
뜰 앞
너 서 있던 자리에 네가 없으니
가슴이 아리고 빗소리만큼 슬프구나
깍지끼고 언약이라도 하듯
사이사이에 연꽃처럼 붙어있던
너의 모습 아직 눈에 선한데
버석거리는 자갈땅 더 갈 곳이 없었는지
그만 쓰러져버리고
쓰러진 나무 기둥 속에는
텅 빈 벌레집만 있으니
얼마나 아린 고통으로 살았을까
그 고통에도 지난 봄 꽃송이 피워
비쭉새 먹이 되어 주더니
매년 봄 널 기다리는 나는 어찌하라고
이리 홀연히 떠나갔는지?
너 서 있던 자리
쏟아지는 빗물이 덮어도
눈 안에 들었던 너의 색과 너의 모습
수채화로 남겨야 할 것 같아
천장 바라보며 누워서
희미해질까 염려되는 너를 기억한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도록
기억 저편에 꼭꼭 눌러 두어야겠다
나의 사랑 보랏빛 목련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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