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습니다.

in #krsuccess11 days ago (edited)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안내 방송이 나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오전 일곱 시 반의 지하철 안은 사람들로 꽉꽉 들어차 있었다. 내리는 문 바로 앞에 한 젊은 남자가 문 쪽을 향해 서 있다. 휴대폰에 코를 박고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그 남자 앞의 공간은 종이 한 장 빠져나갈 수 없는 다른 곳과 달리 여유로웠다.

“내리시나요?”
그의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그는 짐짓 놀란 척하며 몸을 비키는 시늉을 했다. 실은 “비켜.”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가 내뿜는 여러 징후로 판단해 볼 때, 그가 이번 역에 내릴 확률은 정확한 한국말을 구사하는 고양이를 만날 정도와 비슷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여. 물론 역시나였지만.

(하지만 언젠가 그런 고양이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